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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저비용항공, 티켓값 왜 싼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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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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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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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정 연휴 때 온 가족이 제주도로 여행을 갔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이번에 저비용항공사의 비행기를 타서 항공요금을 많이 줄였다고 하시는데, 저비용항공사는 왜 요금이 싼지 궁금합니다.

컵라면 3000원, 담요 2만원…무료서비스 줄여 요금 깎아주죠

A 우리나라의 저비용항공사는 2006년 제주항공이 처음 운항을 시작한 이래 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이 생겨 현재 5개사가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첫선을 보인 지 10년 정도가 된 셈인데 최근 들어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정부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1월 중에 국내에서 비행기로 이동한 사람 가운데 56.3%가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있네요.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건 비행기표의 가격이 싸기 때문입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내놓는 항공권 가격은 같은 노선에서 대형항공사들이 파는 가격의 약 80% 수준입니다. 하지만 각종 할인 행사 등을 활용하면 이보다 더 싼 가격에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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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제주까지 가는 항공권(편도 기준)의 가격을 살펴 보았더니 가장 싼 요금이 1만9000원이네요. 이에 비해 일반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가장 싼 항공권 가격은 7만6100원으로 나와 있네요. 같은 노선인데도 저비용항공사의 최저 요금보다 4배가 비싼 셈입니다.

 그렇다면 저비용항공사들은 어떻게 이렇게 싼 가격에 같은 노선의 비행기 표를 팔 수 있는 걸까요.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서비스를 하지 않거나 줄이고, 승객이 굳이 원할 경우 돈을 받고 서비스를 하기 때문입니다. 비행기 안에서 먹는 음식이나 음료 등이 대표적입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저비용항공사들은 기내식과 음료는 무료가 아니라 유료입니다. 예를 들어 컵라면이 먹고 싶으면 3000원을 내야 합니다. 또 비행기 안에서 추울 때 덮는 담요도 일반 항공사는 무료로 나줘 주지만 저비용항공사는 1만5000원~2만원을 받고 팝니다. 자리에서 모니터를 통해 영화 등을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없습니다.

 더 많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 좌석을 늘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번에 더 많은 승객을 태울수록 항공권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항공의 일반좌석 간격은 79㎝입니다. 대한항공의 동일 기종 이코노미 좌석 간격 86㎝보다 7㎝ 좁습니다. 비행기 값이 싼 대신 좁은 좌석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지요. 저비용항공사가 보유한 항공기 중에 75% 가량이 보잉 737-800란 기종인데, 이 기종이 많은 이유도 다른 모델에 비해 좌석 수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할 때 불편한 점이 또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항공사들은 공항을 이용하는 대가로 공항 사용료를 공항 측에다 냅니다. 그런데 먼 탑승구일수록 비용이 저렴합니다. 예를 들어 인천국제공항에서 저비용항공사의 항공기를 타기 위해서는 출국장에서 셔틀 트레인을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비행기를 타는 시간대도 좀 불편할 수 있습니다. 보통 다른 나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탈 때 가장 인기있는 시간은 출국 터미널 기준으로 오전 6시~8시입니다. 생활 리듬이 크게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현지에 내려 여정을 짤 수 있는 시간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시간대는 이미 기존 항공사들이 다 차지하고 있고, 출국 시간대를 항공사 별로 배정하는 곳에서는 기존 항공사들이 이미 갖고 있는 권리를 인정하기 때문에 저비용항공사는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새벽이나 밤 시간 대에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짐을 싣는데도 제약이 있습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기내에 싣고 가는 짐을 최소화해 기름값 비용을 줄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 무료 수하물 기준은 20㎏입니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는 15㎏으로 제한합니다.

동남아 노선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어부산만 20㎏이고 나머지는 15㎏만큼의 짐만 무료로 실을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무료 수하물 기준이 23㎏인 것과 비교할 때 저비용 항공사가 3~8㎏ 더 낮은 기준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허용치를 넘어선 짐에 대해선 따로 돈을 내야 합니다.

 이렇게 불편한 점이 적지 않은데도 승객이 느는 건 조금 불편해도 싸게 비행기를 타는 편이 더 좋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신규 노선을 늘리고 있다는 것도 이용객이 늘어나는 한 이유입니다.

예전에는 중국이나 일본 등의 가까운 나라를 주로 갔는데, 최근에는 비행 시간이 9시간 넘게 걸리는 장거리 노선인 하와이까지 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와이는 일반 항공사의 전유물로 여겨졌습니다. 또 지난해 12월 아시아나가 만든 에어서울이라는 새 저비용항공사가 면허를 받아 올 6월부터 운항을 합니다. 저비용항공사들 끼리의 가격이나 서비스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저비용항공사의 비행기 사고가 연달아 나면서, 비행기가 안전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많습니다. 저비용항공사도 대형항공사 못지 않게 안전에 신경쓰고, 법으로 정해진 엄격한 정비 기준도 지키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고가 잇따르니 정부가 나서서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싼 가격에 비행기를 많이 자주 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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