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파워틴] 두산베어스 1차 지명 투수, 이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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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이요? 없어요."

2016시즌 두산베어스의 새내기 이영하(선린인터넷고 3) 선수는 라이벌이 누구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는 지난 6월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두산베어스에 입단했다. 구단별로 연고 선수 한 명을 미리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신장 191cm, 체중 90kg. 우완 정통파 투수 이영하는 150㎞의 강속구를 던지는 한국 야구의 기대주다. 여느 고교생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그를 이환희(서문여고 2) TONG청소년기자가 만났다.

이영하 선수와 이환희 TONG청소년기자(오른쪽)

이영하 선수와 이환희 TONG청소년기자(오른쪽)

-고교생 야구 선수의 하루는 어떤가요.

"오전엔 좀 한가로워요. 대신 오후 시간엔 누구보다 바쁘게 보내요. 밤까지 훈련이 이어지기도 하고요. 하루 일과가 다르다보니 일반적인 학교 행사에는 참여를 잘 못해요. 수학여행도 고등학교 1학년 때 대회 예선 탈락 이후 남는 시간에 잠깐 다녀온 게 다예요."

-학교 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클 것 같아요.

"그래도 학교 안에서 해볼 수 있는 건 많이 해봐서 아쉬움은 없어요. 매점에서 빵도 사먹고, 2학년 땐 캠퍼스 커플도 해봤어요. 이정도면 다 해 본 거죠? (웃음)"

-주변에 야구를 하지 않는 친한 친구도 있나요?

"물론 있죠. 그런데 그 친구들은 삶의 패턴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마치 여자 친구 사귀는 기분이에요. 잘 모르는 것을 서로 알아가는 느낌이라서요. 함께 지내다보면 신기하기도 하고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하면 친구 폭이 좁은 건 사실이에요."

-수업 대신 대회에 나가거나, 교복 대신 운동복을 입는 운동부를 보면 부럽던데요.

"저희 학교 애들은 오히려 안쓰러워해요. 학교 운동장에서 구르고 슬라이딩하고 달리고… 땀 뻘뻘 흘리는 모습 보고는 '힘들겠다', '불쌍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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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여공학이라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처럼, 같은 학교 여학생들이 야구부 선수에 대한 로망이 있을 것 같아요.

"여학생들과 마주치거나 얘기할 기회가 많지 않아요. 특히 학교 안에서는 여학생들이 말을 잘 안 걸어요. 머리를 짧게 깎은 남자애들이 운동복을 입고 떼로 우르르 몰려다니니까 그런가봐요. 또 훈련에 집중하다 보면 피곤해서 다른데 관심 쏟기도 힘들고요."

-공부는 잘하던 애들이 꾸준히 잘하는 편이던데, 야구도 그런가요?

"아뇨. 저는 중학교 땐 팀에서 무시받는 기분이었어요, 잘 못했거든요. 투수를 하기엔 제구력이 없고, 방망이를 치기엔 소질이 없고, 수비도 썩 잘하지 않았어요. 있으나 마나 한 그냥 고만고만한 아이였어요."

-야구를 포기하고 싶었겠네요.

"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고 일어나면 저도 모르게 다시 운동하러 가고 있어요. 눈 떠보면 운동장으로 가고 있더라고요. (웃음) 몸에 배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봐야 겨우 사흘 가요. 오래가지 않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습관적으로 운동해서 그런가봐요."

-고등학교 와서 점점 성적이 좋아진거군요.

"네. 체중이 많이 늘었어요. 키도 좀 크고 힘도 세졌죠. 중학교 땐 185㎝에 68㎏ 정도였어요. 고3 올라갈 때 키가 5㎝, 체중은 20㎏ 정도 늘었죠. 그러니 공이 컨트롤이 되더라고요. 자신감도 붙었어요. "

-고등학생들은 시험 점수와 내신 등급에 민감한데, 야구 선수는 어떤 점수에 민감한가요?

"투수한테는 아무래도 방어율이죠. 삼진 개수에는 욕심이 없지만 방어율이 올라가는 건 싫어요."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목표는 인서울(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이었어요.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목표가 높아지더라고요. 2학년 때는 2차 4라운드 이내에 드는 게 목표였죠. 3학년이 되니까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치님께도 두산 베어스 1차 지명 아니면 안 가겠다고 말했죠. 누구 밑에 있는 기분이 싫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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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3들은 독서실에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 같은 말을 붙여놓고 힘을 내는데, 이영하 선수를 지탱한 한 마디가 있다면요?

"코치님께서 '재미있고 편하게 해라. 못해도 괜찮다'고 해주셨어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덜하니까 실력이 늘더라고요. 실패해도 괜찮다며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됐죠. 아마 시험 볼 때도 그럴 걸요?"

-이영하 선수가 생각하는 20살의 모습은?

"초록색 그라운드 위의 마운드, 그리고 팬들의 응원가. 팬들에게 욕먹지 않으려면 꾸준히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밖에서 행동도 조심해야 하고요. 목표대로 꾸준히 잘해서 빨리 성공하고 싶어요."

-보통 "대학 가서 마음대로 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대학가면 마음껏 놀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특별히 더 놀고 싶거나 그렇진 않아요. 학창시절에도 놀 땐 놀았어요. 자유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놀 땐 확실하게 놉니다."

-마무리 투수를 하고 싶다고요. 부담감이 심할텐데요.

"중요한 순간에 나가서 던지는 역할이잖아요. 『메이저』(미쯔다 타쿠야)라는 만화책을 읽고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평소 집에서는 야구생각을 잘 안해요. 그런데 이 만화 보면서 집에서도 경기하는 상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박진감 넘치는 상황에서 경기를 뛰는 상상을 하다보니 실제로도 그러고 싶었죠. 고등학교 때는 부담없이 던질 수 있었지만, 프로에서는 그냥 (감독님이) 내보내주시는 대로 나가야지요."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확신을 갖고 마운드로 내보낼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주어진 기회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꾸준히 노력해야겠죠. 또 팬들이 많이 응원해 주는 선수가 되고 싶기도 해요."

-입단 첫 해, 이영하 선수의 목표는 어떤 것인가요.

"욕심내기 보다는 부상없이 하나하나 잘 해나가는 것이 목표예요. 처음엔 막연하게 신인왕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구단 와서 운동 해보니 '아 이젠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다들 열심히 하고, 모든 게 톱니바퀴처럼 체계적으로 돌아가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이영하 선수에게 두산 베어스란?

"두산 베어스란 또 다른 집이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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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진행=성슬기 인턴기자,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인터뷰=이환희(서문여고 2)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반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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