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은 '보물섬'… 해저유전 개발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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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동쪽 끝 사할린이 '보물섬'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외국 투자자본들이 오호츠크해 아래에 묻혀 있는 유전을 개발하면서 뭉터기로 돈을 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30일 러시아 사할린섬이 세계에서 가장 최근에 개발된 해저유전 덕분에 '동북아시아의 쿠웨이트'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섬은 제정 러시아 시절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 높았던 곳. 일본에서 1백60㎞밖에 안 되지만 1990년까지는 외국인들이 출입도 할 수 없었던 곳이다. 그런 섬이 오일달러로 인해 '개벽(開闢)'을 경험하고 있다.

올 봄에 문을 연 루빈 호텔은 하룻밤 숙박비가 2백달러(약 24만원)나 되지만 34개의 방이 2005년까지 모두 예약이 끝났다. 이곳에 진출해 있는 두 석유회사가 모조리 차지했기 때문이다.

올 여름에는 두개의 스키 리조트 착공식도 열린다. 모스크바 직항 노선도 뚫렸고, 미국의 앵커리지와 휴스턴 직항도 조만간 개통될 예정이다. 사할린섬과 본토를 연결하기 위해 해저 터널을 뚫는 계획도 구상 중이다.

이곳의 석유와 가스개발 사업에 투자되는 돈은 현재까지 모두 2백20억달러(약 26조원). 이는 러시아가 받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외국자본 투자다. 하지만 물가폭등 등 개발 부작용도 만만찮다. 2년전 3만달러였던 아파트는 9만달러를 호가한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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