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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부모·배우자 금융 재산 몰라 발동동 … 이젠 가족이 조회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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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모씨는 얼마 전 치매에 걸린 남편의 금융재산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법적 후견인인데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의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서비스(consumer.fss.or.kr)’를 이용할 수 없었다. 법원이 의식불명·정신분열환자 같은 ‘피성년후견인(옛 금치산자)’이나 사망자·실종자의 가족에게만 금융재산 조회권을 부여하고 있어서다. 반면 김씨 같은 치매환자 가족은 환자의 금융재산을 파악할 수 없다. 치매환자나 지적장애자는 어느 정도 결정 능력이 있는 ‘피한정후견인(옛 한정치산자)’으로 분류돼서다. 김씨는 “남편이 가족 모르게 주식 투자를 했거나 대출을 받았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이런 불편이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과 법원행정처는 11일부터 후견인 자격이 있는 가족이 치매환자·지적장애인(피한정후견인)의 금융재산을 조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고 밝혔다. 피한정후견인이 금융 거래를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다.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서비스는 부모·배우자 등이 정상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잃거나 사망할 때 상속권이 있는 가족에게 전 금융권의 예금·주식·채무·보증 내역을 알려 주는 제도다.

 금감원과 법원행정처는 법원이 후견인을 선정할 때 작성하는 심판문에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새로 넣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심판문에 이 내용이 없어 금감원이 조회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권순건 법원행정처 심의관은 “조회 결과 손해 나는 주식·펀드나 고금리 대출이 있다면 법원에 요청해 주식 매도, 대출 상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래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장은 “부모나 배우자의 갑작스러운 치매로 재산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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