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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방송 재개, 긴장감 도는 전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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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일 정오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7일 밝혔다. 수소폭탄 실험이 8·25 남북합의에 명시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는 조건인 `비정상적 사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중앙포토]

지난해 8월 극도로 긴장됐던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국면이 재현되고 있다. 지난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한국군이 이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심리전을 재개하면서다. 남북은 지난해 8월 25일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의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그러나 7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북한의 핵실험을 ‘비정상적인 사태’로 규정하고, 8일 낮 12시부터 중단했던 대북 방송을 재개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은 한국의 대북방송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며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방송을 재개한 이날 북한군 일부 부대원들은 방송 내용을 청취하며 기록하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특이 동향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이 대북방송에 알러지 반응을 보여온 것을 감안하면 어떤 식으로든 군사적 행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전방지역의 북한군들은 한국군의 감시를 강화하고, 중부전선 일대의 일부 부대들은 병력을 증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직후 한국군이 최신형 확성기를 설치하고, 실제 방송을 하지 않았음에도 ‘조준사격’ 위협을 했었다. 지난해 목함지뢰 도발 직후 대북 방송을 하자, ‘준전시 사태’를 선포하고 비무장지대에 포격을 가하며 군사적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래서 확성기를 향한 조준사격 등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은 민통선 지역의 관광을 중단하는 등 주민보호대책에 나서는 등 전방지역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최근 북한이 도발할 경우 즉각 반격에 나서고 있는 한국군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조준사격 등 직접적인 타격보다는 특수전 부대 투입을 통한 방송시설 훼손과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 최전방 부대 특수부대원들은 2년전부터 한국군 초소를 만들어 놓고 이를 타격하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고 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군에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전방지역에는 대북 정보 감시태세인 ‘인포콘’을 격상해 북한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인정찰기와 금강·백두등 정보수집기 가동을 늘렸다. 확성기 인근 부대들은 K-9·K-55 자주포, 비호 자주대공포, 토우미사일 등을 배치해 북한군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전방부대뿐만 아니라 공군 전투기들도 언제든 공격이 가능하도록 미사일 등을 장착하고 비행횟수를 늘리며 전투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해군 역시 각종 함정들에서 정보수집과 공격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북한의 공식적인 반응은 없다. 북한이 방송 내용등을 분석한 뒤 대응 수위를 정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핵실험을 결정하면서 대북 방송 재개를 예상할 수 있었고, 방송 개시일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32회 생일이라는 점에서 즉각 대응보다는 보다 치밀한 전략 수립을 하고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익명을 원한 북한군 출신 탈북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시나리오를 작성했을 것”이라며 “어떤 식의 카드를 꺼낼지를 고민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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