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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보듬은 아파트단지, 인센티브로 격려한 아산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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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충남 아산시는 지난 4일 지역 아파트단지 4곳의 관리사무소에 경비원 고용보조금을 지급했다. 단지별로 700만~800만원씩 모두 3000만원이다. 아파트 경비원 수를 줄이지 않고 고용을 유지한 데 따른 인센티브다.

고용 유지, 인권보장 앞장선 4곳에
700만~800만원씩 고용보조금 지급
지원금도 근로조건 개선에 사용
2월에 지원 단지 추가 선정키로

 아산시는 지난해 3월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 유지 및 창출 촉진을 위한 특별지원 조례’(지원조례)를 제정했다. 고령(만 55세 이상)의 경비원 고용을 유지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올해부터 아파트 경비원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인력감축과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경비를 절감하는 아파트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조례에 따라 경비원 규모를 유지하면 1인당 최저 월급(116만원)의 10%인 12만원, 기존 경비원을 유지하면서 신규로 채용하면 급여의 30%인 36만원을 지원한다.

 아산시는 조례를 제정하고 지역 내 110여 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와 동 대표를 찾아가 “보조금을 지원할 테니 인원을 줄이지 말아달라” “일자리가 줄어들면 결국 사회문제가 된다”고 설득했다. 난색을 보이던 관리사무소장들은 “주민이 동의하면 참여하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시는 설명회와 함께 보조금 신청 공모절차를 진행했다. 의회 협조를 얻어 사업비도 확보했다.

 공모에는 20여 개 아파트단지가 참여했다. 경비원 5명 이상의 아파트 단지만 공모할 수 있게 했다. 아산시는 지난해 12월 심의위원회를 열고 경비원 인권보장 교육과 휴식·편의시설 설치, 퇴직적립금 관리 등을 점검했다. 평가를 거쳐 보조금을 지원할 4개 아파트단지(양우내안애·푸르지오·서진·경남아너스빌)를 선정했다.

 고용보조금을 지원하자 아파트 단지는 근로조건 개선에 나섰다. 양우내안애 아파트는 입주자 대표와 동대표·입주민 등을 대상으로 경비원 인권보장 교육을 했다. 경비원 휴식 공간을 마련하고 퇴직적립금을 용역업체가 아닌 아파트에서 직접 관리, 사기진작과 장기근속을 유도했다.

 푸르지오 아파트는 경비실 안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경비원이 휴식시간에 쉴 수 있도록 아파트 노인정을 경비원 야간 휴게실로 제공했다.

 양우내안애 아파트 이동용(46) 관리소장은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경비원 자살사건을 보고 입주민 인권교육을 강화했다”며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현재 경비원을 계속 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시는 올해 더 많은 아파트에 지원금을 주기 위해 관련 예산을 5000만으로 늘렸다. 공모를 거쳐 2월 중 아파트를 선정할 예정이다. 5월쯤이면 보조금을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산시 유선종 사회적경제과장은 “아파트 경비가 무인경비시스템으로 바뀌면서 경비원이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다른 자치단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모범사례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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