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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약세장, 차·IT 웃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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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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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약세를 보인 중국 위안화가 새해 들어서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6일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5314위안으로 고시했다. 전날 고시환율인 6.5169위안에 비해 0.22% 하락했다. 2011년 4월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8·11·12월 업종 수익률
코스피 평균보다 6~8%P 높아
위안화 따라 원화도 동반 약세
자동차 등 가격 경쟁력 생겨

고시 환율 기준으로 ±2% 범위에서 움직이는 위안화 시장 환율은 이날 달러당 6.5610위안을 기록했다. 위안화의 약세는 국제투자자들이 선진국의 안전 자산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한국 증시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장희종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경기가 둔화 국면을 보인 2012년부터 위안화 약세는 선진국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흐름과 같았던 적이 잦았다”며 “한국도 코스피 지수 하락과 위안화 약세가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때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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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선전한 업종은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 시기는 8월과 11월, 12월이다. 하나금융투자가 이 시기 각 업종별 수익률을 코스피 시장 평균 수익률과 비교해 봤다. 자동차와 정보기술(IT)·가전 업종 등은 코스피 시장보다 6~8%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통신과 유틸리티 업종 등도 시장보다 수익률이 2~4%포인트 높았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 절하에 따른 환율 변화는 달러화 강세와 연결돼 업종마다 상이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 약세가 진행되면 원화가치도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자동차 분야가 특히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장희종 연구원도 “지난해 위안화가 약세인 시기엔 원화도 약세였지만 엔화는 강세인 적이 많았다”며 “이런 상황에 자동차와 IT 업종 들은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 상승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여기에 통신과 유틸리티 서비스 등 대외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이른바 ‘방어주’도 위안화 약세의 파고를 이겨낼 수 있었다.

 반면 같은 시기 화장품과 호텔레저, 헬스케어 업종은 시장보다 2~6%포인트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면 중국 내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고 중국인의 해외 여행 수요가 줄어든다. 중국인 소비에 크게 의존하는 이들 업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 연구원은 “위안화 약세는 중국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국인 해외 소비가 내수로 전환할 수 있다”며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업종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위안화 약세가 중국 증시의 하락 직후 이어지는 경우가 잦았다는 점에서 증권주도 이 시기 부진했다. 원자재 관련주도 힘을 못 썼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원자재 수입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안화 약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된 이후 자유변동환율제 이행을 목표로 한다고 밝혀왔다. 이로 인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

중국 경제의 저성장 우려를 위안화 약세를 통한 수출경쟁력 회복으로 개선려는 의도도 있다. 장 연구원은 “위안화는 지난 3년간 실질 가치 하락폭이 주요국 중 두 번째로 컸다”며 “위안화 약세가 좀 더 이어질 수 있어 원화 약세와 증시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업종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위안화 약세가 오래가지 않을 거란 전망도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7일 발표되는 지난달 중국 외환보유액은 전달보다 233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11월 감소폭(-872억 달러)보다 크게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환보유액과 위안화 가치는 밀접한 관계가 있어 외환보유액 상황이 반영되고, 중국 시장에 해외자금 유입이 늘어난다면 위안화 약세가 잦아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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