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와 모택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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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느날 저녁 한노인이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제복치림을 한 팔순의 노인이었다
때마침 공원 벤치에앉아 묵상을 하던 70대 노인이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청했다.
『아니,모택동주석 아닙니까. 천국에 온줄은 알고 있었지만 10년가까이 두문볼출하던 분이…』
『아,「베드로」노인. 그렇잖아도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반갑소이다』
로마카톨릭의 초대교황과 초대중국 공산당 정권의 창업자
모주석과의 해후(해후)는 가히 세기적인 사건이었다.
「베드로」가 말을 이었다.
『현세의 「요한 바오로」2세교황이 언제 한번 당신이 세운 중공을 방문했으면 하는 구상을 갖고 있는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걸 내가 어찌 알겠소? 바로 엊그제는 「테레사」수녀라는 가톨릭맹교사가 북경을 방문했던데, 10년사이에 강산이 아니라 천하가 바뀐 느낌이오. 전철산이라는 북경교구 1교는 그 노파를「하느님의 딸이라고 했다던가?』
『모택동, 혹시 등푸팡이라는 40대 청년을 아십니까? 불반신 불구자 인…』
『알것도 같소 내가 데리고 일하던 「4인방」이라는 아이들이 그녀석을 데려다가 다리를 분질러 놓았다고 하는 얘기 들었소. 등소평 아들말이지요? 』
『바로 그 친구가「테레사」수녀를 만나 「우리는 같은 목적을위해 같은일을 하고있다」고 했읍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등군의 가문이 인교라도 했단 말이오?』
『아니, 그보다도 사랑의 나눔, 사랑의 봉사를 한다는 얘기지요』
『그 친구들, 그때 혼을 뽑아 놓아야 하는건데. 나의 위업을 망치려드는군. 나는 「물질의 나눔」을 통해 천하를 통일하고, 현실의 무능도원을 건설하려고 하지 않았소. 당신도 알겠지만』
『그러나 모주석, 그 「물질의 나눔」을 이상으로 삼는 사회주의는 최초의 상험국이 러시아는 물론, 당시이 세운 중공에서 마저 낡고 쓸모 없는 사상이라고 구박을 받고있습니다. 당기관지 인민일보는 그런 사설까지 써서 온 세상을 놀라게 했어요』
『그럼「물질의 나눔」보다「사랑의 나눔」이 더 강하다는 말이오?』
『강약의 문제가 아니지요. 「사람의 나눔」을 역설하고 실천하는 우리의 사상은 2천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고, 사람들은 그것에 더목말라 하는데,「물질의 나눔」을 웅변한 마르크스주의는 병들고 무능하고 썩어서 믿으려는 사람이 없어요』
『……』
『「테레사」수녀의 북경방문은 「사랑의 나눔」없는 「물질의 나눔」이 얼마나 공소(공소)한가를 교훈하는 뜻이 있지요』
『……』
모주석은 아무말없이 저쪽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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