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조금 비과세” … KT 1144억 환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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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은 부가가치세(부가세) 부과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KT가 세무서 13곳을 상대로 보조금에 부과된 부가세를 돌려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KT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낸 부가세 중에서 1144억원은 국세청으로부터 돌려받는다. 2014년 10월에 시행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은 보조금(지원금)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부가세 면제받는 에누리로 판단
SKT·LG유플러스도 승소할 듯

 소송의 쟁점은 단말기 보조금을 부가세 면제 대상인 ‘에누리액’으로 볼 수 있느냐였다. KT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허용된 2006년부터 휴대전화를 판매하면서 일정 약정 기준을 채운 고객에게 단말기 값을 지원하는 보조금을 대리점에 지급했다.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대리점은 고객의 요금제에 포함된 단말기 값을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보조금 기준을 적용했다.

 KT는 단말기 보조금을 과세표준액에 포함시켜 부가세를 납부했다. 하지만 보조금은 고객에게 사실상 단말기 값을 깎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할인된 금액은 ‘에누리액’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KT는 보조금에 부과된 액수만큼 세무서에 세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0년에 소송을 냈다. 세무서는 보조금은 에누리가 아니라 대리점 판매를 장려하는 ‘판매장려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KT가 통신 가입자에게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한 것을 ‘요금을 깎아준 것’으로 보고 현행법상 부가세가 면제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단말기 공급가액에서 직접 공제되지 않으면 에누리라고 볼 수 없다”며 세무서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1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KT와 대리점 사이에 단말기의 공급가액에서 보조금을 빼는 약정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보조금만큼 할인이 이뤄지는 이상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판단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각각 2900억원, 400억원 반환을 요구하는 유사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번 판결로 두 회사의 승소 가능성도 커졌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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