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역도연맹, '후배 폭행' 사재혁에 10년 자격정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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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혁 사진=올림픽공동사진취재단]

'오뚝이 역사(力士)'가 불명예스럽게 역도 플랫폼을 떠나게 됐다.

 대한역도연맹은 4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선수위원회를 열고 후배를 폭행한 사재혁(31)에게 자격정지 10년의 징계를 내렸다. 사재혁의 나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선수 생활을 끝내야 하는 중징계다. 올해 리우 올림픽 출전도 무산됐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규정 제5조 4항에는 '폭력행위로 3년 이상 자격정지를 받은 자는 영구결격'이라고 명시돼 있다.

 사재혁은 지난달 31일 강원도 춘천의 술집에서 황우만(21·한국체대)을 30여분간 주먹과 발로 때려 전치 6주의 부상을 입혔다. 2014년 세계청소년역도선수권 2위에 오른 유망주 황우만은 "지난해 2월 태릉선수촌에서

사재혁에게 맞은 일을 주위에 말했다는 이유로 다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강원 춘천경찰서에 상해 혐의로 소환된 사재혁은 "지난해 때린 것에 대한 오해를 풀려다 감정이 격해져 우발적으로 때렸다. 황우만과 그의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추가 소환 조사와 함께 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사재혁은 지난 1일과 2일 황우만이 입원한 춘천의 한 병원을 찾아가 무릎꿇고 사과했지만, 황우만의 가족들은 "폭행은 용서할 수 없다. 수십억원을 갖고 온다해도 합의할 생각이 없다"며 거부했다.

이형근 선수위원회 위원장은 "재발 방지 차원에서 중징계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폭력을 스포츠 분야 4대악(惡) 중 하나로 규정하고 근절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역도연맹은 사재혁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사재혁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역도 남자 77㎏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경기 도중 팔꿈치가 탈구됐지만 바벨을 놓지 않는 투혼을 보여줬다. 이후 7차례나 수술을 받고도 바벨을 놓지 않았다.

오뚝이처럼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투지 덕분에 그는 '오뚝이 역사'라 불렸다. 그러나 세번째 올림픽에 도전하려는 그의 꿈은 이번 사건으로 물거품이 됐고, 결국 불명예 은퇴를 하게 됐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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