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산 권총이 어떻게 국내에 반입됐을까···대전 총기사고, 미궁에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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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 영상 캡쳐

아이고. 우리도 참 답답합니다. 죽은 사람 붙들고 물어볼 수도 없고….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대전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관의 하소연이다.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났지만 피의자 신모(59)씨가 소지했던 스페인산 권총(LLAMA·9㎜)의 출처를 확인하지 못해서다. 이 총기는 국내에서 유통되지 않는다. 경찰이 허가·관리하는 총기로도 분류되지 않았다.

대전경찰청은 4일 "신씨가 자살할 때와 사용했던 총기가 대전에서 범행을 저지를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종류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피해자 A씨(38) 어깨에서 빼낸 탄두와 신씨가 소지하고 있던 탄알의 구경(9㎜)이 일치했다. 다만 경찰은 신씨가 어떤 경로로 총기를 입수했는 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가족과 주변 인물을 조사했지만 특별한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신씨가 직접 총기를 해외에서 밀반입했거나 국내에서 제3자에게 구매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사 결과, 신씨는 2002년 이후 10여 차례 해외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신씨가 지난 7월까지 경기도 평택의 한 회사에서 운전기사로 일한 뒤 별다른 직업이 없었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점으로 미뤄 어떻게 해외여행을 다녀왔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범행 직전까지 화상경륜·경정장 인근에 자주 나타났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돈을 빌리기도 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경마 등 도박과 관련한 정보검색 기록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생활고를 겪던 신씨가 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11시34분쯤 대전시 유성구의 한 도로에 주차된 승용차 뒷문을 열고 들어가 운전자 A(38)씨에게 "진짜 총이다"라고 위협하며 총기를 발사했다. 범행 직후 달아났던 신씨는 28일 오후 7시35분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읍의 한 건물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자해를 시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 숨졌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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