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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이란과 외교 단절…중동에 드리워지는 패권 다툼

중앙일보

입력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사우디가 2일 시아파 성직자인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처형한 데 대해 이란 시위대가 곧바로 사우디 외교 공관을 공격했고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가 "신의 분노가 사우디 정치인들에게 내려질 것"이라고 '사실상 응징'을 요구한 데 대한 반격이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은 3일(현지시간) "모든 이란 외교관들은 48시간 이내에 사우디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란이 이 지역에서 테러리스트 조직을 심고 무기를 공급해왔다"며 "더 이상 사우디의 안보를 위협하는 걸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이란의 역사는 아랍 문제들에 있어서 부정적인 간섭이나 적의로 가득 차 있다"고도 했다.

두 나라는 1988년부터 3년 간 외교를 단절한 적이 있었다. 1979년 이란 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사우디의 건국 이념 격인 와하비즘을 '이단'이라고 비난한 데 따른 조치다.

두 나라는 중동의 맹주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사우디는 수니파, 이란은 시아파 국가다. 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사우디가 같은 수니파인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지원하면서 양국이 멀어졌다. 최근엔 시리아·이라크·예멘 해법을 두고 대립 중이다. 지난해 사우디의 메카 성지 순례객 2400여 명 사망했고 그 중 450여명이 이란인이었다. 이란은 당시 사우디 당국의 조치가 미흡했다고 분노했다. 사우디로선 이란 핵협상 타결로 이란의 '족쇄'가 풀리면서 이란의 힘이 강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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