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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리전 획정위 다시 3개월 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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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김대년 선관위 사무차장)가 2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회에 제출할 선거구획정안을 논의했지만 또다시 합의에 실패했다. 획정위가 정의화 국회의장이 요청한 획정안 제출시한(5일)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 8일 국회 본회의 처리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충북 1석 vs 전북 1석 팽팽
8일 국회 본회의 처리 불투명

 획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2일 회의가 결렬된 이유는 야당 추천 위원들의 ‘영호남 균형 배분 요구’ 때문이었다. 정 의장은 지난해 12월 31일 획정위에 ▶전국을 246개 선거구로 나누되 ▶수도권에서 늘어나야 할 의석 중 3석은 지방에 넘기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농어촌 지역구에서 줄어드는 의석 중 3석을 구제하자는 얘기였다. 이에 따라 획정위가 선거구별 인구 하한선을 13만9000여 명으로 잡아 전국의 선거구를 나눠본 결과 245개로 구획돼 1석의 여유가 더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생긴 4석을 광역시·도별로 어떻게 나눌지를 놓고 여야 추천 획정위원들이 충돌했다. 인구수에 따라 구분하면 의석 배분 우선순위는 충북-경북-경남-전남 순이었다. 하지만 야당 추천 위원들은 “이렇게 되면 영남에선 2석이, 호남에선 1석만 구제된다”면서 “충북 대신 전북에 1석을 더 주자”고 주장했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영호남 지역주의로 충북의 권리를 빼앗을 순 없다”고 맞섰다.

 의견이 갈리자 김대년 위원장은 “충북과 전북을 각각 살리는 복수 안을 제출하자”며 “이 안조차 거부되면 사퇴하겠다”고 중재에 나섰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수용했지만, 야당 몫 위원들은 끝까지 전북 우선 배정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획정위는 다음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해산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이대로라면 획정위는 지난해 10월의 상황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며 “선거구 무효화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획정위는 지난해 10월 12일 선거구획정안 작성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고 개점휴업에 돌입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획정위는 4명(여당 몫)-4명(야당 몫)-1명(선관위 몫)으로 된 위원회 구성 때문에 여야의 대리전만 계속하다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남궁욱·강태화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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