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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겨울, 뜨거운 골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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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연휴 기간인 3일 스크린 골프장에서 친구들과 라운드를 하기로 약속했던 박모(47·자영업)씨는 계획을 바꿔 아예 수도권 골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날씨가 실전 라운드를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만큼 따뜻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골프장을 예약했다가 날씨가 궂으면 취소하고 스크린 골프장에 가곤 했는데 이번 겨울엔 정반대다. 스크린 골프를 취소하고 친구들과 함께 골프장에 갔다. 예전엔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겨울 날씨가 너무 따뜻해 생긴 기이한 풍속도다. 박씨는 “날씨가 봄날처럼 포근해 기분 좋게 골프를 즐겼다”고 말했다.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골프장들은 때아닌 호황에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경기 광주시에 있는 뉴서울 골프장 김종안 대표는 “지난해 보다 손님이 두 배 이상 늘었다. 하루 20팀도 안되던 내장객이 40팀을 넘어섰다”며 “따뜻한 날엔 당일 아침 예약을 하고 오는 손님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 스카이 72골프장 마케팅팀 김유진 매니저도 “이번 주말 손님이 꽉 찼다. 부킹난이라고 까지 하기는 어려워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인기 있는 코스는 라운드 할 수 없다"며 "올 겨울 날씨가 따뜻해 주말마다 빈자리가 없다. 날씨가 몹시 추웠던 지난 겨울과 대비가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 골프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골프장 정석천 운영팀장은 “2015년 12월 내장객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예년엔 혹한기인 1월에 는 골프장 문을 닫았는데 올해는 날씨가 포근하다는 예보에 따라 휴장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따뜻한 날씨 덕분에 휴장을 발표했다가 철회하는 골프장도 줄을 잇는다. 12월 28일부터 2월 11일까지 문을 닫겠다고 공지했던 춘천 라데나 골프장은 날씨가 따뜻하고 눈도 내리지 않자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엔 2개월간 문을 닫았던 강원도 홍천의 비콘 힐스 골프장은 올해는 1주만 쉬기로 했다. 이미 휴장을 한 골프장 중 일부는 조기 영업 재개를 고심 중이다. 휴장했던 골프장들은 다시 문을 열기 위해 휴가를 떠난 캐디들에게 비상 연락을 취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 골프장 뿐만 아니라 영·호남 지역 골프장들도 손님이 늘었다. 전남 해남의 파인비치 골프장은 섭씨 20도에 육박하는 따뜻한 날씨 덕분에 봄·가을처럼 2부제로 운영하고 있다. 여행업계에 의하면 올 겨울 동남아 골프 여행자 수는 지난해에 비해 70%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골프 관련 여행사들은 날씨가 추워지기를 학수고대하는 형편이다.

미국도 이상 고온으로 골프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골프 예약 사이트인 골프 나우 등에 따르면 이번 겨울 시카고 지역의 라운드 수가 지난해에 비해 5배, 인디애나 지역은 6배로 늘었다. 겨울엔 대부분 눈에 쌓여 있던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베스페이지 골프장은 5개 코스 중 3개를 열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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