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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가 뽑은 2016년 소설 10

중앙일보

입력

소설가보다 이야기꾼이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성석제(56)씨에게 지난해 마지막 날 '인생 최고의 소설' 10권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시간을 달라고 한 성씨, 5분 후에 전화를 했다. 뭔가 성의를 다 하기보다는 순전히 기억에 의존해 꼽은 리스트. 하지만 성씨의 독서 체험이 보장하는, 2016년에 꼭 읽어도 좋을 소설 10권이다. 성씨의 입말을 최대한 살려 '선정 사유'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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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사계절·전 10권)
재작년인가 문학 행사가 있어 다시 읽어야 했는데 조금만 읽고 말려고 했으나 결국 다 읽었다. 중독성이 있는 책이다. 10권 추천해 달라고 했는데 이게 열 권이니 됐죠?

②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문학동네)
몇 년 전에 읽었는데 얄팍한 장편, 재미있었다. 굉장한 ‘영혼밀착형’ 소설이라고 할까. 문장이 딱딱 붙는다. 아니 에르노는 자기가 직접 겪은 것을 소설로 쓰는 걸로 유명한 사람인데, 연애한 얘기를 정말 짜릿하게 써냈다.

③무라카미 류 『69』
무라카미 하루키 말고 무라카미 류 작품. 아주 옛날에 읽었는데 읽는 내내 굉장히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아마 고등학생 시절을 다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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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다카하시 겐이치로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그 무렵 같이 읽었던 작품인데, 환상적 장난이라고 할까, 포스터모던하기도 하고, 굉장히 신선했던 것 같다. 역시 옛날 일이지만. 아직까지 신선할지 모르지만, 한 번 신선했던 것은 오래간다.
(※편집자 주: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는 괴짜 야구광들을 다룬 포스트모던 소설로 꼽힌다)

⑤편혜영의 ‘홀(The Hole)’
계간지 ‘문학과사회’ 2015년 겨울호에 전작(全作)으로 발표한 장편. 길지 않지만 선뜩하다. 치열하게 이야기와 소설 세부를 구축해나가 정점에 도달하고 마침내 폭발하는 별처럼 소멸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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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전성태 소설집 『두번의 자화상』(창비)
여러 곳에서 심사하면서 하도 많이 읽어서 지겹긴 한데, 익어서 떨어진 열매 같다고 할까, 아주 잘 익어 떨어진, 그래서 독자 입장에서는 그냥 받아먹으면 되는 그런 작품집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단편들이 실렸는지 기억은 안 난다. 인상적인 게, 작가가 많이 버린다는 느낌, 제대로 익지 않은 것들은 발표를 했어도 많이 내다 버리고, 익은 것들만 따로 모아서 굉장히 강력하게 가공 연마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독자들은 좋지 뭐.

⑦허먼 멜빌 『모비 딕』(작가정신)
제주도 내려가 있는 김석희 형이 몇 년 전에 번역했다. 제주도 갔다가 만나서 책을 주길래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읽다가 결국 다시 다 읽었다. 워낙 유명한 장광설이 좋은 번역자를 제대로 만났다. 대학 때 처음 읽었는데 기념비적인 느낌의 작품. 이 거랑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이 논픽션 『바다 한가운데서』이다. 소설과 배경이 같은 낸터킷 섬에서 출발한 포경선 에식스호가 고래에게 받혀 난파된 얘기인데, 굉장히 박력 있다.
(※논픽션 『바다 한가운데서』는 미국에서 2000년에 출간됐다. 실제 에식스호 사건은 19세기에 발생해 허먼 멜빌이 『모비 딕』을 쓰는데 영감을 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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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알렉상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
내가 읽었을 때는 ‘암굴왕’이라는 제목이었고, 앞 부분이 떨어져 나간 책이었다. 이야기의 승리의 기념탑 같은 작품. 우리보다 앞선 세대, 일제에 태어나신 분들께는 훨씬 더 각별한 소설인 것 같다.

⑨모파상 단편집
프랑스 작가가 많지만 하나만 더. 지난해 프랑스에 갔을 때 누군가 프랑스는 단편작가가 별로 없다고 하더라. 프랑스 사람들을 보기만 해도 이유를 알 것 같더라. 워낙 얘기들을 좋아하고, 잘하고, 많이 하니까 단편 쓰기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과거엔 있었다. 모파상 얘긴데, 그의 단편 중 ‘목걸이’나 ‘비곗덩어리’ 같은 작품들.

⑩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나쁜 소녀의 짓궂음』(문학동네)
어릴 때 좋아했던 소녀를 나이 들어 다시 만나 그의 일생에 대해 알게 되는 이야기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끼고 하는 얘기. 노벨상을 받은 요사의 만년작이지만 대표작이라고 해도 될 만한 작품.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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