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새 골프 … 빅 스타 울렸던 낡은 규칙 역사 속으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60호 23면

2005년 10월. 당시 16세의 ‘1000만 달러 소녀’ 미셸 위(27·미국)는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미국 캘리포이나주 팜데저트의 빅혼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이었다. 우승은 못했지만 4위를 해 당시 환율로 약 5400만원의 첫 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실격됐다.


전날 3라운드 7번 홀에서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한 뒤 드롭을 했는데 공이 원래 있던 자리보다 홀에 가까운 쪽에 떨어졌다. 미셸 위는 이를 몰랐다. 기자의 제보로 미셸 위가 드롭을 잘못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그는 잘못된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한 격이 됐다. 골프에서 스코어카드 오기(誤記)는 실격이다.


2013년 4월 마스터스 2라운드. 타이거 우즈(41·미국)는 분위기가 좋았다. 우즈는 공동선두로 파 5인 15번 홀에 들어섰다. 60도 웨지로 친 세 번째 샷은 너무 완벽했다. 그런데 볼은 깃대를 맞고 왼쪽으로 튀어 연못에 빠졌다. 우즈는 보기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 번에도 드롭 장소가 잘못됐다. 공이 물에 빠졌을 때 드롭 옵션은 두 가지다. 친 곳에서 가능한 가까운 곳이 하나다. 두 번째는 공이 물에 빠진 곳과 홀의 연결선상 후방이다. 우즈는 두 옵션을 혼동해 친 자리 근처가 아니라, 친 자리 후방으로 가서 드롭을 했다. 우즈는 이를 모르고 벌타가 포함되지 않은 스코어에 사인을 했다. 화질 좋은 대형 HDTV가 일반화됐기 때문에 조그만 실수도 다 잡힌다. 시청자의 제보로 우즈가 룰을 어겼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밤새 SNS가 들썩였고, 다음 날 새벽같이 기자들이 나와 우즈 실격에 관한 기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경기위원회는 모호한 이유로 우즈를 실격시키지 않았다. 특혜라는 반발이 나왔다. 이 사건은 아직도 ‘드롭 게이트’로 남아 있다. 골프 규칙에는 지나치게 고루한 부분이 있다. 스코어카드 오기에 대한 무관용이 그 중 하나다. 스코어카드 실수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 이유는 있다. 골프는 경기장이 너무 넓어 선수 자신이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의 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2016년부터는 이처럼 자신이 의도하지 않고 틀린 스코어카드를 제출했을 경우 실격이 아니라 벌타만 부과하는 것으로 바꿨다.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후 시청자 제보 등으로 인해 벌타가 발생하는 등의 불가피한 경우에만 이 규칙이 적용된다.


선수들은 지난해까지 그린에서 어드레스한 후 볼이 움직이면 무조건 벌타를 받았다. 공을 움직이게 한 건 사람이 아니라 바람인데도 벌타를 매겼다. 이 또한 골프의 불합리한 규칙으로 꼽혔다. 올해부터는 선수가 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벌타가 없다.


선수가 경기 중에 스윙 보조 기구를 사용하면 바로 실격이다. 백전 노장 줄리 잉크스터(56·미국)는 2010년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파3 홀 경기가 밀려 기다리다 지루해 무게 추를 아이언에 끼우고 휘둘러보다가 실격됐다. 올해 부터는 실격이 아니라 2벌타만 받는다. 그러나 연습 도구를 두 번째 사용하면 실격이 된다. 롱퍼터도 금지된다. 샤프트를 몸에 고정해 축을 만들어 스윙하는 앵커드 퍼터(anchored putter)다. 선수들에겐 매우 민감한 문제라서 2013년 5월에 미리 고지됐다. 선수들의 반발로 PGA 투어에선 규제를 반대했다 철회하는 등 진통이 있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