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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뿔테 안경, 김일성 연상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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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12월 15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김일성 주석. [사진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사진 왼쪽],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가 1일 낮 12시30분부터 29분 동안 조선중앙TV를 통해 중계됐다. [사진 노동신문·오른쪽]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일 검은색 사각 뿔테 안경을 쓰고 나타났다. 내외의 이목이 집중되는 신년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다. 전날(지난해 12월 31일) 보도된 김양건 당 비서 장례식 사진에서도 김 위원장은 안경을 쓰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안경을 착용한 스타일을 통해 모종의 이미지를 연출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호흡 거칠고 발음 부정확
연설 중간에 관련 사진 함께 방영

 패션 스타일리스트 박만현씨는 “안경을 착용하면 지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안경을 쓰지 않은 다른 사진에서보다 1일 사진에선 김정은의 날카로운 눈꼬리가 가려져 부드러운 인상이 풍긴다. 젠틀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안경테 중에서도 사각 뿔테를 착용한 것은 지적이고 분석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안경을 착용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연상시키려 했다는 분석도 있다. 동국대 고유환(북한학) 교수는 “김 위원장의 1일 모습은 김일성의 1993년 마지막 신년사 발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처럼 원숙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주민들에게 심으려 했다는 것이다. 고려대 유호열(북한학) 교수도 “안경은 전형적인 ‘김일성 따라 하기’라며 연륜이 쌓인 지도자의 이미지를 연출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육성으로 신년사를 하는 방식 역시 ‘할아버지 따라 하기’의 맥락이다.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육성이 아닌 지면으로 신년사를 발표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권력을 잡은 뒤 첫 신년사를 발표한 2012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해 왔다. 올해는 예년보다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는 등 침착한 모습을 연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말투가 예년보다 빠른 데다 호흡이 중간중간 거칠어지고 발음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노출했다. 1만460자를 29분간 읽어 내려가면서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말이 꼬이는 모습도 후반부로 갈수록 많아졌다.

 이날 신년사 영상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편집이었다. 조선중앙TV는 예년과 달리 김 위원장의 연설 모습을 계속 29분간 방영한 것이 아니라 연설 내용과 관련된 사진을 함께 편집했다. 영상에 역동성을 가미해 주민들의 집중도를 높이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경제 성과를 강조하며 철강 생산 증진을 언급할 때는 용광로 사진 을 보여줬다.

 한편 신년사 방송이 예년보다 3시간 늦은 낮 12시30분(북한시간 낮 12시)에 방영된 것을 두고 경남대 김근식(정치외교학) 교수는 “ 아침보다는 점심 때쯤 방영해 더 많은 주민에게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전수진·안효성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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