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전하려 자서전 낸 ‘실버 작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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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노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이 살아온 발자취와 삶의 지혜를 담은 자서전을 펴냈다.

광주 서구청 60~80대 주민 10명
4개월 간 교육·집필, 출판기념회

 광주광역시 서구에 사는 양일현(83)씨 등 60~80대 노인 10명은 29일 각자의 일생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사진)을 출간했다. 교사·회사원 출신부터 전업 주부까지 다양한 이력을 가진 이들은 지난 8월부터 구청의 지원을 받아 4개월여 동안 자서전을 써왔다.

 대부분 책을 써본 적이 없는 이들은 매주 한 차례 집 근처 상록도서관에 모여 2명씩 짝을 이뤄 글을 썼다. 노트북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자필로 쓴 사람도 있다. 집필 작업에는 광주스토리텔링작가협회 소속 작가들이 함께 참여했다.

 양씨가 쓴 자서전『푸른 바다 위에 앉다』를 비롯, 노인들의 자서전 10권에는 출생부터 현재까지 각자가 걸어온 삶의 과정이 사진과 함께 담겨 있다. 100여 쪽 분량의 책에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아내·남편과의 결혼 생활, 자녀의 출가, 배우자의 죽음 등 행복하고 슬픈 기억에 대한 소감이 담백하게 실렸다.

 암 투병 같은 삶의 고비를 극복한 요령이나 군대·직장생활을 하는 지혜 등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수록됐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위해 남편이 직접 지은 시, 용기가 부족하거나 쑥스러워서 가족들에게 할 수 없었던 말이 담긴 편지가 실린 자서전도 있다.

 양씨 등은 29일 광주 서구청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구청 측은 삶의 지혜와 자기 반성이 담긴 자서전을 상록도서관에 비치하기로 했다. 자서전을 펴낸 염정순(67·여)씨는 “지나온 날들을 반성하면서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나종근 서구 도서관과장은 “어르신들이 쓴 자서전에는 짧게는 60년, 길게는 80년 인생이 압축돼 있다”며 “보다 많은 어르신이 자서전을 쓰면서 삶을 돌아보고 이웃들에게 지혜를 깨우쳐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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