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리산 반달곰, 설악산까지 이동 가능해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충북 영동군과 경북 김천시 경계에 있는 추풍령(秋風嶺)은 백두대간 상의 주요 고개다. 북에서 남으로 달리던 백두대간은 이 구간에서 방향을 바꿔 동서를 가로지른다. 때문에 옛적부터 영남지방과 한양 사이를 오갈 때 넘게 되는 고개 중 하나였다. 말그대로 교통의 요지였던 셈이다.

생태축 단절된 백두대간 추풍령에 2017년까지 생태통로 설치
교통 요지..고속도로·철도·국도 등 4개 도로 관통해 단절 심각

이렇다 보니 추풍령 위엔 백두대간 상의 어떤 고개보다도 많은 도로가 닦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 추풍령을 관통하는 도로는 경북고속도로·경부선철도·국도4호선, 군도7호선 등 4개나 된다. 경부고속도로가 놓이면서 가장 먼저 휴게소가 생긴 곳도 추풍령이다.

도로가 놓이면서 사람이 기차나 자동차로 백두대간을 넘기는 매우 쉬어졌다. 하지만 백두대간을 넘지 않고 백두대간을 따라 이동하는 동물에겐 오히려 도로가 장애물이 돼 버렸다. 4개의 도로가 백두대간을 관통하고 있으니 백두대간을 따라 이동하는 동물은 '로드 킬'을 감수해야 한다. 백두대간의 핵심구간이면서도 생태축 단절이 가장 심각했던 것이다.

기사 이미지

경부고속도로, 국도 등 4개 도로로 생태축이 단절된 추풍령 일대의 생태축복원 예상조감도

이에 정부는 2017년까지 2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여기에 야생동물을 위한 생태축을 연결·복원하기로 했다. 이들 도로 위로 동물이 지나다닐 수 있는 폭 50m의 생태통로가 놓이게 된다.

우선 도로 폭이 40m인 경부고속도로 위로 50m 길이의 생태통로를 육교 형태로 설치한다.

기사 이미지

경부고속도로에 설치될 생태통로 예상조감도

나란히 붙어 있는 경부선철도와 지방도로(군도27호선) 위로도 길이 40m의 생태통로를 만든다.

기사 이미지

경부선철도·지방도로 위에 놓일 생태통로 조감도

마지막으로 국도4호선 위엔 길이 30m의 생태통로를 놓는다.

기사 이미지

국도4호선 위에 놓이게 될 생태통로 조감도

추풍령에 생태축이 복원되면 백두대간이 왕복4차선 이상의 큰 도로로 단절되는 사례는 없어지게 된다. 환경부 최종원 자연정책과장은 " 추풍령이 복원되면 야생동물 이동을 막는 물리적 장벽은 크게 해소된다고 볼 수 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월악산이나 설악산까지 가는 것도 물리적으로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생태축 단절이 심각하며서도 복원이 어려웠던 이유는 각 도로의 운영주체가 서로 달라서였다. 추풍령 생태축 복원은 2010년부터 논의 됐지만 협의가 쉽지 않았다.

이번 복원에선 여러 주체가 역할을 협력해 생태축을 복원하게 된다. 환경부는 국고 보조와 사업 추진을 총괄하고, 국토부·한국도로공사·한국철도시설공단·김천시가 각각 국도·고속도로·철도·군도에서 생태통로 설치와 운영을 담당하게 된다.

정부는 이번에 추풍령 생태통로를 놓으면서 야생동물뿐 아니라 사람이 지날 수 있는 보행로도 별도로 설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등산객들에겐 기존에 없던 추풍령 코스가 새로 생기게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백두대간에 생태통로가 설치된 구간은 1998년 지리산 시암재를 시작으로 모두 42곳에 이른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