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해외투자 정상적인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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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호 31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900억 달러 이상으로 사상 최대의 신기록을 세울 것이 확실하다. 1998년부터 18년 연속 흑자이고 2012년 이후 4년 연속 신기록 경신이다. 그 결과 1998년 이후 2015년 10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5376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 기업의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엄청난 경상수지 흑자는 제대로 잘 관리되고 있을까.


한 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는 다음의 두 경로로 흘러들어간다. 하나는 중앙은행으로 들어가서 공적외환보유액이 되고, 둘째로는 민간부문인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해외투자로 빠져나가게 된다.


민간부문인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해외투자는 ①해외직접투자나 ②해외증권(주식?채권) 매입이나 ③해외대출 등의 형태로 투자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2013년부터 2015년 10월까지 약 3년 동안 경상수지 누적흑자는 2534억 달러였는데 이 기간 중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은 466억 달러 느는데 그쳤다. 누적 경상수지 흑자액의 겨우 18%만이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증가로 들어간 셈이다.


반면에 같은 기간 중 누적 경상수지 흑자의 31%는 해외직접투자, 41%는 해외증권투자, 그리고 38%는 해외대출로 빠져나갔다. 민간부문의 해외직접투자와 해외증권투자, 해외대출 등을 합하면 3243억 달러다. 누적 경상수지 흑자의 110%가 넘는다. 이중 82%는 경상수지 누적 흑자에서 나왔고 28%는 해외자본의 국내 유입에서 나온 셈이다. 결국 지난 3년 동안의 누적 경상수지 흑자로도 모자라 28%를 끌어다가 해외투자 했다는 말이다.


지난 3년간의 경상수지 및 자본수지 흐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첫째로 지나치게 과도한 해외투자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해외직접투자, 대외증권투자, 그리고 대외대출을 합한 총 3243억 달러의 해외투자는 3년간 누적 경상수지 흑자(2534억 달러)를 상당히 초과하는 금액으로써 어떤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과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일자리를 빼앗는 해외직접투자도 문제지만 높은 수익률을 좇아 위험이 큰 나라의 증권에 투자하거나 대출해주는 것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로,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에 비해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 증가액이 매우 미미하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외환보유액 확대가 원화 환율의 저평가를 유도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오해받을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러 번 외환위기를 겪은 뼈아픈 경험도 있었고 또 오래 전부터 미국 금리인상과 외자유출 가능성의 불안을 예상했다면 지난 3년 동안 늘어난 경상수지 흑자의 오직 18%(466억 달러)만이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증가로 유입되었다는 점은 아쉽기 짝이 없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증가는 미미한 반면 민간부문인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해외투자가 크게 느는 걸 특별히 우려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예컨대 미국의 금리인상이나 그와 관련된 외부충격으로 급격히 외화가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이 발생했다고 치자. 이 경우 일차적인 방어막은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이다.


만약 이것이 부족하거나 혹은 신속하게 가용되지 못한다면 2008년 통화스와프나 1997년 IMF위기와 같이 외부에 의존해야만 하는데 이런 사태 자체가 위기 국면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의 외국계 주식 및 채권투자 잔액이 대략 4600억 달러가 넘고 또 수천억 달러가 넘는 국내 기업들의 대외거래 규모를 감안하면 현재 한국은행 외환보유액(11월말 현재 3685억 달러)이 ‘절대로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외환위기의 두 번째 방어막은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보유하는 해외자산인데 민간부문의 해외투자가 불안정한 나라의 증권이나 불안한 기업에 대출되었다면 국내에 외환위기가 발생하더라도 해외투자 자금의 국내 환류가 어렵게 되어 국내 외환위기 해소에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1997년 IMF외환위기 당시 장부상의 외환보유액 200여억 달러가 실제로는 동남아에 투자된 상태여서 가용이 불가능했다. 부실자산이었던 것이다. 한국은행이나 금융기관의 부실한 대외자산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만 도취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안전하고 유동성 높게 투자되고 있는지도 감독해야 할 때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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