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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007년 탈당 이끈 김한길, 이번엔 순차 탈당 친노 고립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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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의원들의 탈당대오가 수도권으로 번질 조짐이다. 비주류 핵심 축인 김한길 의원이 탈당 쪽으로 기울면서다. 김 의원은 안철수 의원과 함께 새정치연합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중진이다. 김 의원이 탈당할 경우 야권 재편의 핵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에도 가까운 의원들을 이끌고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여권(현 야권)을 헤쳐 모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적이 있다.

탈당 결심한 비주류 핵심
당시 의원 21명과 열린우리당 나와
대통합신당으로 헤쳐모여 큰 역할
정치 행동 같이해 온 의원 10여 명
신당 교섭단체 만들기 1차 목표

 ◆신당 파괴력 커지나=김 의원은 22일 점심 직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 들러 1시간 정도 머무른 것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국회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 김 의원은 최근 탈당 결심을 굳힌 뒤 측근에게 “만만한 게 아니다. 열심히 해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김 의원과 정치적으로 행동을 같이해 온 의원은 10여 명에 이른다. 주승용(여수을)·민병두(서울 동대문을)·최재천(서울 성동갑)·최원식(인천 계양을)·정성호(양주-동두천)·노웅래(서울 마포갑)·권은희(광주 광산을) 의원 등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김 의원과 교감하는 중이다. 김 의원의 선택에 따라 추가 이탈 규모가 결정될 거란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 의원의 한 핵심 측근은 22일 “김 의원이 탈당 결심을 굳힌 뒤부터 당내 인사를 두루 접촉 중”이라며 “이미 최재천·권은희 의원은 탈당으로 마음을 정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 의원 탈당 이후 김 의원 생각을 들어보려는 의원들의 면담 요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측근은 “안 의원의 창당 준비 작업에도 김 의원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신당이 탄력을 받으려면 어느 정도 물적 기반을 갖춰놔야 하는데,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현역 의원 20명을 채우면 물적 기반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현역 의원은 7명(안철수·천정배·박주선·김동철·문병호·유성엽·황주홍)이다. 김 의원과 최재천·권은희·임내현 의원이 탈당하고, 탈당을 고민 중인 주승용·최원식·장병완·박혜자 의원 등이 가세하면 15명 선이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엔 5명이 부족하다.

 ◆야권 주도 세력 교체 추진=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7년 2월, 김 의원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했을 때는 21명(김 의원 포함 22명)이 행동을 같이했다. 당시 집단 탈당 멤버들이 이종걸·주승용·노웅래 의원 등이다. 집단 탈당 추진은 김 의원으로선 이미 처음 하는 시도는 아닌 셈이다.

 다만 그의 한 참모는 “당시엔 대선이 10개월이나 남아 시간 여유가 충분했는데 지금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불투명성이 큰 시점이라 상황이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의원은 ‘집단 탈당’보다는 ‘순차적 탈당’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수도권 현역 의원들이 '기호 2번 프리미엄'을 버리고 대규모 탈당을 결행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의 한 측근은 “의원들의 심리적 저지선이 무너지고 있어 내년 1월이 되면 신당에 큰 장이 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김 의원의 구상은 ‘야권 주도 세력 교체’다. 김 의원과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호남 민심이 더 이상 제1야당을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 건 정권 교체의 싹이 안 보이기 때문”이라며 “보수 성향 유권자가 갈수록 늘어 안 그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고 있는데도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80년대 운동권 논리에 젖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정치연합 내 친노(친노무현) 강경파만 남긴 채 비노(비노무현) 중도 의원들이 신당에 대거 이동하고, 호남을 기반으로 중도로 외연을 확장해 나가면 제1야당의 교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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