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보훈처-서울시, 광화문광장 태극기 놓고 충돌… 끝내 행정협의 조정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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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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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식 국가보훈처 홍보팀장=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를 설치하는데 끝내 반대했다. 반드시 상시 게양될 수 있도록 오늘 행정협의 조정을 신청했다.”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 “광화문광장의 ‘비움’ 콘셉트와 맞지 않다는 시민위원회의 의견 등을 수용한 것이다. 우리도 행정협의 조정에 적극 참여해 의견을 내겠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둘러싼 보훈처와 서울시의 갈등이 ‘행정조정’절차로 넘어갔다. 광화문광장 상설 태극기 게양이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되자 보훈처가 21일 행정조정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서울시, 안양시 등)와 중앙부처(보훈처, 법무부 등) 간의 행정협의조정위원회가 열리는 것은 지난 2011년 안양교도소 재건축 사례 이후 4년 만이다.

보훈처와 서울시의 갈등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광화문 광장 내 태극기 설치 여부다. 보훈처는 15일 국방부에서 최정식 홍보팀장의 공식브리핑을 통해 “국민 87.3%(보훈처 자체 여론조사결과)가 찬성하고 광복70년 범정부 국가사업인 ‘광화문광장 태극기’를 단지 ‘광장사용허가권’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반대해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행정조정 신청을 냈다.

서울시도 바로 반격했다.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광화문광장 내 공간 콘셉트와 열린광장시민위원회 등 다양한 시민의견을 수렴한 결과에 따라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하자는 것”라고 말했다.

이에 보훈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광화문광장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태극기가 상시 설치되는 게 본래 사업의 취지”라고 재반박했다. ‘광화문 광장 내부’에 ‘영구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두 가지 선결조건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대안으로 대두된 광화문 광장 주변 태극기 설치 가능성이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안쪽은 안 되고 광장 옆 시민열린마당에 내년 8월까지 한시적으로 설치하자는 절충안을 보훈처에 제시했다. 2017년 3월부터 광화문광장에 의정부(조선시대 정치기구) 터 원형을 복원하는 정비사업이 시작되는데 시민열린마당 부지가 의정부 터 복원사업의 범위에 있어 영구설치는 어렵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보훈처는 서울시의 이 대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훈처는 “광화문 내부에 설치하는 것도 아니고 또 그 주변에 설치하는 것임에도 한시적으로만 허용한다고 하면 더 이상 논의해 볼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원순 시장은 “항구적으로 광화문광장에 무언가를 설치하는 건 조심해야 하며 한시적으로 설치하거나 이동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며 상시 설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6개월여 간 이어지고 있는 보훈처와 서울시의 충돌은 급기야 감정 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박 시장은 2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보훈처가 갑자기 내가 (태극기 설치를) 반대한다는 주장을 해서 당혹스러웠다. 보훈처와 설치 장소ㆍ기간과 태극기 높이를 협의 중인 상황에서 갑자기 (내가) 반대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건 명예훼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보훈처도 “서울시에서 지난 11월23일 광화문광장에선 상시적으로 안된다는 최종 입장을 공문서로 보내왔는데 박 시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즉각 반박하며 또 한번 충돌했다.

보훈처는 한발 더 나아가 “행정구제 노력을 강구해 보고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민형사상 소송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3~17개월 걸리는 행정협의는 강제력이 없어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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