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여성, 연하 내연남 엽기살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강원도 인제에서 60대 여성이 연하의 50대 내연남을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손·발 묶고 머리엔 비닐봉투 씌워
“혼자 안 죽어” 유서 남기고 자살
금전 문제도 얽혀 … 경찰 부검키로

 20일 오전 11시20분쯤 인제군 북면 원통리 한 주택에서 A씨(62·여)가 옷장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주변 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한 시간가량 뒤인 이날 낮 12시30분쯤 A씨와 알고 지내던 B씨(57)도 수㎞ 떨어진 인제군 남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신고는 B씨가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자 집을 찾아간 여동생이 했다.

 발견 당시 B씨는 손과 발이 끈으로 묶인 채 이마에는 둔기로 맞은 듯 출혈이 있었고 머리에 검은 비닐봉투를 쓰고 있었다.

 경찰은 B씨의 집 식탁에서 A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를 찾았다. A씨는 유서에서 “나한테 왜 이렇게 하느냐. 너도 아파봐야 한다. 내가 혼자 죽을 것 같냐. 억울하다”는 글을 남겼다.

 경찰은 또 A씨의 집에서도 자신을 무시하고 때리는 B씨를 지난 15일 오전 4시쯤 죽였다는 내용이 담긴 수첩을 발견했다. 두 메모의 글씨체가 비슷해 경찰은 모두 A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필적 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80대 남편이 있는 A씨는 수개월 전부터 이혼남인 B씨와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돈 문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첩에서 발견된 내용과 시신 상태 등을 볼 때 여성이 남성을 살해한 뒤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 정확한 사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