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폭격기 남중국해 진입…미·중 관계 급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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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B-52 [자료=봉황TV]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이어 이번에는 미군의 전략 폭격기가 남중국해에 진입해 미·중 관계가 급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현지시간) 미군의 B-52 전략폭격기 1대가 지난주 중국의 인공섬이 있는 남중국해 난사군도(南沙群島·스프래틀리 제도) 산호초인 화양자오(華陽礁·Cuarteron Reef) 인근 2해리(약 3.7㎞) 까지 근접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은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중국군 측은 ‘도발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일상적인 임무를 수행하던 B-52 2대 중 1대가 의도치 않게 남중국해 난사군도 가까이 접근했다. 폭격기가 왜 예정된 경로를 벗어나 중국 인공섬에 접근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기상이 좋지 않아 조종사가 예정된 경로를 벗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 주중 미국 대사관에 공식 항의했다. 중국 국방부는 또 성명을 통해 “중국군은 미 군용기(B-52) 활동에 대해 엄밀한 감시를 했고 도서지역을 지키는 부대가 경고를 보내 (미군용기를)쫓아버렸다. 미국 측의 이런 행동은 엄중한 군사적 도발이며 중국 군대는 필요한 모든 수단과 조치를 취해 국가주권과 안전을 굳건하게 수호하고 지역의 평화·안정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9일 “중국은 국제법에 따라 항해와 비행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이를 구실로 중국의 주권을 침범하고 중국의 국가안전을 저해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미국에 진지한 반성과 도발행위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지난 10월 미 구축함이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중국 인공섬 주변 12해리 이내를 통과하면서 심화했다. 지난 16일에는 미국 정부가 18억 3000만 달러(약 2조1539억 원) 규모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기로 하자 중국은 관련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밝히며 양국 관계가 긴장 상태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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