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후 핵연료 수송·저장 용기 안전성 높은 한국형 모델 개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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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호 6 면

사용 후 핵연료(Spent Nuclear Fuel)는 원자력발전을 위해 사용된 핵연료다. 각 발전소 내에 보관 중이지만 높은 방사능과 열을 방출해 특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현재 각 발전소 내에 보관 중이지만 일정 기간을 임시 저장한 다음에도 재활용이나 직접 처분까지 30~50년 정도의 저장관리기간이 별도로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월성의 건식 저장시설 이외에 대부분의 사용 후 핵연료를 발전소 내 수조(습식 저장시설)에 담아두고 있다. 저장조의 한계 때문에 조밀저장대 방식을 이용해 저장 용량을 늘리고는 있지만 2024년이 되면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포화상태가 된다.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면 당연히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를 이제 더 담을 공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사용 후 핵연료 처분 방식에 대한 국제적·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전까지는 우선 발전소 내 저장시설의 건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의 재활용 또는 직접 처분 전까지 발전소 부지의 안과 밖에 모아 저장하는 형태인 중간저장을 취하고 있다. 전 세계의 90% 이상이 현재 원전 내 저장 수조와 같이 물을 이용한 습식저장을 사용하고 있다. 습식저장은 조밀하게 쌓을 수 있는 대신 시설 운영비가 많이 든다. 2차 폐기물 발생의 단점도 있다.


?반면에 건식저장은 냉각재로 기체 또는 공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운영비용이 적고 안전하다. 대신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에선 월성원전이 중수로 사용 후 핵연료를 건식으로 저장하고 있으며, 국내 대부분의 원전은 경수로 방식이라 습식저장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습식저장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건식저장 방식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다.


?건식저장 방식의 핵심은 사용 후 핵연료를 수송·저장할 수 있는 용기의 기술력이다. 세계적으로 보다 많은 핵연료 다발을 운반할 수 있도록 용기부피가 커지고, 운반과 저장을 병행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술연구소 수송저장연구실의 조천형 박사팀이 사용 후 핵연료 저장·수송 시스템과 안전성 평가기술 개발에 성공해 주목된다. 조 박사팀이 개발에 성공한 사용 후 핵연료 수송·저장 용기의 실물 크기는 건물 3층 높이로 무게만 100t이 넘는다.


?세계적 트렌드에 발맞춘 위용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국내 원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경수로 사용 후 핵연료의 안전한 수송과 저장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조 박사팀은 내진은 물론 화재 및 낙하실험 등을 통해 용기의 안전성을 검증했다. 앞으로 사업화 추진을 위한 인허가 신청 및 취득을 목표로 설계 승인 기술자료 확보와 품질보증체계를 확립해 기술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용 후 핵연료 수송·저장 용기의 수입 대체 등으로 인한 막대한 비용 절감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민간 기업으로의 기술이전을 통해 수출 산업화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국내 독자 모델이다. 설계 비용이나 기술료 절감을 통한 외화 유출 방지는 물론 수출을 통한 수익 창출 등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세계 건식저장용기 시장은 2020년까지 연간 3조8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실로 획기적인 성과다.


송종순?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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