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군 핵심 직위 톱15 중 12개 물갈이…“명령장 잉크 마르기 전에 교체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기사 이미지

지난 4년간 북한군엔 인사 태풍이 불었다.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15개 핵심 직위 가운데 12개의 주인이 교체됐다.

4년간 인민무력부장 6번 갈려 최다
평균 재임 8개월 … 일할 만하면 바꿔

 권력 2인자로 꼽히던 최용해(전 총정치국장), 김정일의 군부 오른팔과 왼팔 역할을 했던 김영춘(전 총참모장)이나 현철해(인민무력부 제1부부장)도 인사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의 인사는 후임자가 업무 파악을 하기 전은 물론이고, 명령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교체될 정도로 빈번했다”며 “김정은 시대에 가장 인사 부침이 심한 분야가 군”이라고 말했다. 총정치국 선전부국장의 경우 2013년 2월에 임명된 염철성이 두 달 만에 김동화로 바뀌었다가 한 달 만에 원위치되는 경우도 있었다.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등 15개 주요 직위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4년간 40명에 이른다.

 보위국장(전 보위사령부) 조경철이나 정찰총국장 김영철, 호위사령관 윤정린을 제외하곤 모두가 교체된 일이 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북한 군부의 경우 매년 6~7자리씩 교체하는 패턴이 유지되고 있다”며 “의도적 교체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본지가 입수한 정부의 ‘김정은 시대 인사변동’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은 15개 주요 군 직위 중 2012년 6명을 시작으로 2013년 7명, 지난해와 올해 각각 6명을 교체했다. 이 가운데 가장 교체가 잦았던 자리는 인민무력부장(국방부 장관)으로 4년간 6명이 바뀌었다. 평균 재임 기간이 8개월 안팎이었다. 일을 좀 할 만하면 바뀐 셈이다. 총참모장(합참의장)과 작전국장도 같은 기간 각각 네 차례, 다섯 차례 교체됐다.

 ‘별’을 떼고 붙이는 일은 수시로 벌어져 통계조차 잡히지 않았다. 차수(왕별)를 달았던 최용해가 하루아침에 대장(별넷)으로 강등됐다 다시 복권되고, 2계급 강등과 복권 등은 예사였다. 한 예비역 고위 장성은 “군인에게 계급은 종교와도 같다”며 “계급을 조정한 건 다른 사람에게 ‘자칫하면 저렇게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주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야전군의 군단장급 고위 장성들 역시 2~3명을 제외하곤 모두 교체됐다고 정부 당국은 말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김정은이 고령의 장성들을 대상으로 사격대회와 수영대회를 열어 능력을 평가하곤 했다”며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40대 군단장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20년 후계자 생활을 해 온 김정일도 가장 먼저 오른 자리가 최고사령관(1991년)”이라며 “김정은도 군부 달래기와 길들이기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