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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 사용설명서] 아버지의 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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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은 한 명이고 나머지는 1등이 아니죠. 하지만 사람들은 1등만 주목합니다.

 수능 시험이 끝난 후엔 수능 만점을 받은 학생들, 수능 만점을 배출한 학교가 화제였습니다. 조금 있으면 각 학교에서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입학한 학생의 수를 집계해 발표하겠죠.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SKY대에 들어가지 못할 겁니다.

 이번 주 커버스토리에서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전교 1등부터 꼴찌까지 다양한 고등학생 100명을 만나 속얘기를 들었습니다. 대입 제도가 복잡해지면서 아이들의 고민은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진로 탐색의 중요성은 커졌지만 그 내용은 예전과 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고교 3년 동안 꿈을 바꾸면 안 돼요. 1학년 때 작가, 2학년은 시나리오 작가, 3학년 때는 게임시나리오 작가로 꿈을 구체화 해야 대입 전형에 유리하다고 하니까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은 10대 고교생이 꿈을 바꾸면 안 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 아닐까요. 하지만 요즘 대입 전형은 그렇다고 합니다.

 많은 학생들은 무기력증에 빠진 채 수업 시간에 졸거나 엎드려 잠을 잡니다. 언제쯤이면 이런 풍경이 사라질까요. 대학에 가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2, 13면 트렌드 리포트에서는 10대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화장을 다뤘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 많은 여학생들은 화장을 시작합니다. 저도 중학생인 딸의 운동회에 갔다가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운동회에 참석한 여학생 대부분이 화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중앙일보 청소년 온라인 채널 TONG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학생 362명 중 90% 이상이 립틴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성장기 청소년의 피부는 연약해서 색조 화장품을 잘못 쓰면 피부에 이상이 생기기 쉽습니다. 10대들의 화장을 막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클렌징을 철저히 하고 순한 화장품을 쓰라고 권유하는 수밖에요.

 최고의 유산에서는 안정된 삶을 박차고 NGO 활동을 하는 박유현·박미형 자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들의 삶을 이끈 건 할머니의 교훈이었습니다. 용감하게, 의로움을 좇아 살라는 할머니의 유훈은 자손들의 삶을 이끌었습니다. 박은태 인구문제연구소장이 자녀들에게 쓴 편지에는 그가 좌절할 때마다 떠올리던 맥아더 장군의 기도가 있었습니다. 기도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정직한 패배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하소서. 폭풍우가 치는 곳에서 일어서고, 거기서 넘어지는 자를 긍휼히 여기는 자가 되게 하소서. 남에게 따뜻하게, 자신에게 냉혹하게 하소서.’

박혜민 메트로G팀장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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