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동료 위해 전시회 연 화가 소방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기사 이미지

출동 근무 중 불의의 사고로 다친 동료를 돕기 위해 현직 소방관이 그림 전시회를 연다. 전남 화순소방서 현장대응단 박래균(50·사진) 소방위는 오는 30일까지 광주시 동구 소태동 갤러리 ‘생각상자’에서 초대전을 한다.

박래균 전남 화순소방서 소방위
펜화 70여 점 … 수익금 전액 기부

 지난 9일 ‘소방관 아저씨가 그린 연탄꽃 이야기’를 주제로 시작된 전시회에는 박 소방위가 틈틈이 그린 작품 70여 점이 출품됐다. 작품의 소재는 주로 연탄이며 ‘희생’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A4 용지 절반 크기의 종이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린 뒤 색깔이 있는 수성펜으로 작품을 마무리했다. 갤러리에 내건 그림 옆에는 작품과 관련해 직접 쓴 시도 곁들여 놓았다.

 박 소방위는 희생정신이 필수인 소방관이란 직업과 꼭 닮았다는 생각에 20여 년 전부터 연탄을 그리기 시작했다. 시커먼 연탄이 뜨겁게 타올라 하얀 재가 될 때까지 인간들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쉬는 날이면 집 근처 도서관에서 하루 5~6시간씩 작품 활동에 매달렸다. 그렇게 2~3일씩 걸려 하나씩 작품이 탄생했다.

 취미 삼아 시와 그림 작업을 해오던 박 소방위는 “작품의 뜻에 맞게 어려운 처지에 있는 누군가를 돕는 자선 전시회를 열어 보자”는 범현이(54·여) 관장의 권유로 전시회를 열게 됐다. 범 관장은 최근 광주 남부대 갤러리와 산수동 갤러리 카페에서 열린 박 소방위의 초대전을 보고 갤러리를 무료로 빌려줬다.

 박 소방위는 이번 전시회에서 작품 복사본을 판매해 얻는 수익금 전액을 광주 서부소방서 노석훈(39) 소방장 가족을 위해 쓰기로 했다. 노 소방장을 직접 알지는 못하지만 근무 중 사고를 당한 동료를 돕는 게 전시회 취지에 가장 맞다고 판단해서다.

 노 소방장은 지난 8월 전봇대 벌집을 제거하던 중 감전 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 뒤 치료비와 생활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소방위는 “ 추운 겨울철 연탄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온기를 전하 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