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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 한명숙 탈당 요구…양정철 등 측근들도 불출마

중앙일보

입력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구속수감 중인 한명숙 전 총리에게 지난 8일 한 전 총리의 측근을 보내 스스로 당적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김성수 당 대변인이 10일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표는 한 전 총리의 결백을 믿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정치적 거취를 결단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며 “한 전 총리는 조만간 자진 탈당계를 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뒤 지난 8월20일 대법원의 유죄확정 판결을 받고 구속됐다. 문 대표는 한 전 총리의 대법원 유죄 판결에 대해 그간 여러 차례 “정치적으로 억울한 사건”이라고 두둔해왔다. 지난 7일에는 언론 인터뷰에서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부정부패 척결’ 등 자체 혁신안을 제안하면서 “대법원 판결에까지 불복하는 태도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고 문 대표를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있었던 이호철 전 민정수석비서관과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 그리고 윤건영 특보 등 측근 세 사람에 대해서도 내년 총선 불출마 입장을 재확인한 뒤 이를 공개적으로 알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당 일각에서 출마설이 나도는 상황을 의식해 ‘측근 챙기기’ 의혹을 직접 해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또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차성수 서울 금천구청장과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그리고 출마설이 돈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을 따로 만나 출마를 포기하도록 설득했다고 한다. 이들 세 명은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표와 함께 근무했던 측근들이다. 문 대표는 “현역 단체장이 사퇴 후 총선에 출마하는 게 당으로선 부담스러운 일이며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먼저 헌신하는 결단을 내려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따라 이들 단체장 세 명 모두 불출마로 거취를 정리했다. 총선 불출마로 입장을 정리한 양정철 전 비서관은 “문 대표가 자신이 당 대표로 있는 동안은 정치할 생각은 꿈도 꿈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당의 한 의원은 “단체장 세 명은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류됐다”며 “그럼에도 출마를 포기하도록 한 건 측근과 참모들부터 정리해 인적 쇄신의 기치를 들겠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수도권 재선 의원도 “쉽지않은 결단을 높이 살만하다”면서 “하지만 당내 소통과 화합을 위한 신뢰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형구ㆍ강태화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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