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대학 연구진, 세계 최초 '시험관 강아지'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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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대 연구팀이 탄생시킨 ‘시험관 강아지’들. 5개월째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사진 코넬대 홈페이지]

미국 코넬대 연구팀이 사상 처음으로 시험관 강아지를 탄생시켰다.

믿기 어렵겠지만 시험관 강아지 출산은 지금까지 번식생물학계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난자와 정자를 따로 채취해 시험관에서 수정시킨 뒤 대리모 자궁에 넣어 출산하는 ‘시험관 아기’는 이미 보편화된 방식이다. 소·돼지·고양이는 물론 사람의 시험관 아기 출산에 성공한지도 37년이 됐다.

1970년대 중반부터 ‘시험관 강아지’ 실험을 해 왔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체외에서 수정하기에 미성숙한 상태로 1년에 1~2번 밖에 배란되지 않는 개 난자의 특성 때문이었다.

코넬대 알렉스 트레비스 교수 연구팀은 9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에 체외수정을 통해 7마리의 건강한 시험관 강아지 출산에 성공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19개의 수정란을 시험관에서 수정시킨 뒤 대리모 개의 자궁에 이식해 건강한 강아지를 출산시켰다. 비글 종(種) 부모견을 둔 강아지 5마리와 비글 종 암컷, 코커스패니얼 종 수컷을 부모견으로 둔 강아지 2마리다.

연구진은 개의 미성숙 난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일반적인 체외수정 방식보다 하루 더 암컷의 수란관 안에 난자를 머물게 해 체외에서 수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정자 안에 마그네슘을 첨가해 체내수정의 경우처럼 난자가 정자를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이를 통해 체외수정 성공률은 80%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만들어진 수정란은 냉동 보관했다가 대리모견의 임신주기에 맞춰 자궁에 착상시켰다. 개의 까다로운 번식주기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트레비스 교수는 “이번 실험의 성공으로 아프리카 들개와 같은 개과 멸종위기종 복원과 번식에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개는 인간에 의한 오랜 개량과정을 거치면서 너무 많은 유전적 특징과 장애를 갖게 됐는데 이번 실험 성공으로 유전병 치료도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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