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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 자동차 75%가 스마트카 … 이재용의 미래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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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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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스마트카 시장 진출을 선언한 9일은 공교롭게도 현대자동차가 프리미엄카 ‘EQ900’ 출시를 발표한 날이었다. 삼성은 차량에 들어가는 각종 정보기술(IT) 장비를 뜻하는 전장(電裝)사업에 초점을 맞췄지만, 궁극적으로는 스마트카 시장에 본격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포스트 반도체’ 영역 넓히는 삼성
스마트폰·가전만으론 성장 한계
디스플레이·반도체·배터리 등
핵심기술 이미 보유한 것도 장점
GM·도요타·포드와 긴밀히 접촉

 삼성이 영역을 넓힌 것은 I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카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5~6년 전만 해도 스마트카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를 의미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에는 첨단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스템이 탑재되고, 고도의 센싱 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까지 가능한 자동차의 개념으로 바뀌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이러한 스마트카의 생산 비중이 오는 2020년 전 세계 자동차의 4분의 3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스마트카에 쓰이는 핵심 IT 부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대 서승우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은 “이미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중 전자부품의 비중이 50%가 넘었다”며 “기계 중심이던 자동차산업이 스마트카를 중심으로 전기전자로 옮겨 가고 있는 만큼 삼성이 뛰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카의 핵심 부품 사업에서 삼성은 이미 세계 톱 랭크 기업이다. 뇌에 해당하는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배터리·카메라 등은 모두 삼성의 주특기다. 자동차에 응용할 수 있는 전자 기술도 많다. 예컨대 연비 향상 보조장치에 사용하는 ‘인버터’와 전동컴프레서 등은 이미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각종 차량 제어·관리 시스템은 스마트폰에 탑재한 기술과 비슷하다. 이미 주요 계열사는 다양한 분야의 자동차 전장부품을 생산해 주요 완성차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그룹 내 어떤 조직과도 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국민대 김정하 자동차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래전부터 각종 자동차용 첨단 센서와 스마트카의 핵심 부품 기술을 발전시키며 실력을 쌓아 왔다”며 “스마트폰·가전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도 눈을 돌린 이유”라고 분석했다.

 ‘포스트 반도체’를 찾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숨은 승부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그룹 핵심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그간 GM의 댄 애커슨 회장, 일본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 폴크스바겐의 마르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자(CEO), 포드의 앨런 멀럴리 회장 등과 꾸준히 접촉을 늘려 왔다”며 “자동차와 IT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면서 전장사업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삼성은 당장 완성차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스마트카는 지금의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구글·애플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존 자동차업계와 경쟁하는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김범준 책임연구원은 “예전과 달리 일부 부품을 생산하면서 (완성차 산업에) 진입하겠다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스마트카 분야의 플랫폼을 강화하는 방향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해용·임지수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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