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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흰돌 불패’ 18세 커제, 삼성화재배도 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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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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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 9단이 8~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전에서 스웨 9단을 2대 0으로 꺾고 세계대회 두 번째 타이틀을 획득했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는 커제. [사진 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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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10대 커제(柯潔·18) 9단이 삼성화재배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대회 2관왕이다.

스웨 2대0으로 꺾고 대회 첫 우승
올해 승률 85% ‘한국 기사 킬러’
바이링배 이어 세계대회 2관왕
커제 “자만 않고 몽백합배 준비”

 8~9일 중국 상하이(上海) 그랜드센트럴 호텔에서 열린 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번기에서 커제 9단은 스웨(時越) 9단에게 종합 전적 2대 0으로 승리하며 대회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8일 치러진 결승 3번기 1국에서 커제는 스웨에게 283수 만에 흑으로 1집반 승하며 선취점을 올렸다. 2국에서는 초반 스웨의 강공작전에 고전했지만 종반부터는 흑 진영에 뛰어들어 분위기를 역전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커제는 2국에서 스웨 9단에게 200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커제는 이번 대회에서 8연승으로 단숨에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9월 8~10일 더블 일리미네이션으로 열린 본선 32강에서는 유창혁 9단과 중국의 펑리야오(彭立堯) 5단을 연파하며 16강에 올랐다. 이후 지난 10월 6·8일 진행된 16강과 8강전에서 나현 6단과 변상일 4단을 꺾었고, 지난달 3~4일 준결승전에서는 이세돌 9단을 2대 0으로 완파하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 대국이 모두 끝난 뒤 커제 9단은 “2국에서 결승전이 끝날 줄 몰랐는데 2대 0으로 이겨 기쁘다”며 “이번 우승에 자만하지 않고 곧 몽백합배 결승이 있는 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다음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2013년 제17회 LG배 우승 후 2년 만에 세계 챔피언에 도전한 스웨 9단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스웨는 8일 결승전 제1국을 시작하기 전 “이번 우승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해서 커제 9단에게 빼앗겼던 중국 랭킹 1위의 자리를 되찾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 우승으로 커제는 세계대회 2관왕에 올랐다. 세계대회 2관왕이 나온 것은 2011년 이세돌 9단(BC카드배·춘란배) 이후 4년 만이다. 윤현석 9단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커제는 세계 랭킹 1위의 입지를 굳혔다”며 “커제의 나이와 성장세를 감안했을 때 앞으로도 세계대회에서 위협적인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 선수들이 좀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발동이 걸린 커제의 질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008년 입단한 커제는 지난 1월 열린 제2회 바이링(百靈)배 세계바둑오픈전에서 우승하며 세계대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무서운 기세로 급성장하더니 세계적인 기사로 급부상했다. 커제는 올해 세계대회에서 29승5패(85.29%)로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커제는 백번 승부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중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커제는 올해 중국 공식 시합에서 백을 들고 34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9일 열린 시상식을 끝으로 지난 8월부터 5개월간 대장정을 벌인 삼성화재배가 마무리됐다. 삼성화재배는 지난 대회까지 5년 연속 결승전에서 한국과 중국 기사가 맞붙어 화제를 모아왔다. 올해는 아쉽게도 한국 기사로는 유일하게 준결승에 진출한 이세돌 9단이 커제 9단에게 패하면서 중국 기사 간의 대결로 결승전이 진행됐다. 중국은 자국 랭킹 1위와 2위가 벌인 결승전에 큰 관심을 보였다. 중국 국영방송인 CC-TV는 삼성화재배 결승전을 이례적으로 이틀 연속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삼성화재배는 중앙일보와 KBS가 공동 주최하고 삼성화재가 후원하며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총 상금 규모 8억원, 우승상금 3억원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이 대회는 ‘변화와 혁신의 기전’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바둑대회의 새로운 장을 개척해왔다. 세계대회 최초의 전면 오픈제·와일드카드·더블 일리미네이션 도입, 여자조·시니어조·월드조 신설, 중식시간 폐지 등은 삼성화재배가 선도적으로 시행한 굵직한 족적들이다. 그간 한국이 12회 우승했고 중국이 6회, 일본이 2회 우승했다.

상하이=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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