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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주택 공급 과잉, 경제 활성화엔 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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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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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독자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고 온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전화 내용은 이렇다.

 “무슨 근거로 주택공급이 과잉이라고 하느냐” “지금보다 더 많은 주택이 건설돼야 전·월세값이 내릴 것 아닌가” “집있는 사람은 집값 떨어질까봐 공급과잉이라고 하겠지만 무주택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주택가격 차원만 생각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공급량이 수용 한계를 넘어서면 다른 부작용을 낳게 된다. 이를 테면 자재와 인력파동과 같은 것 말이다. 더욱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주택경기가 ‘롤러코스트’를 타게 돼 시장이 불안해 진다. 집값이 너무 올라도 안되지만 폭락해도 후유증이 심하다. 결국 수급조절을 통해 주택시장을 컨트롤해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적절한 수요·공급량을 따지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그러니 공급과잉을 따지는 잣대도 있을 리 없다. 공급물량이 어느 선을 넘어서면 어떻게 되는지를 파악해 대처해 나가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얘기다. 지금까지는 신규 주택물량이 과거 실적보다 어느 정도 많으면 공급과잉이라고 했다.

 독자의 시각에서는 이런 계산법은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을 듯싶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있고 전셋집이 부족해 방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집이 넘쳐난다고 하니 얼마나 복장이 터지겠는가. 집없는 사람으로서는 집값이 떨어질수록 좋다. 그만큼 적은 돈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고 설령 전·월세를 살더라도 주거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값이 폭락할 정도이면 경제가 어려워져 살기가 빠듯해진다. 주택경기 침체기에는 집 한 채 갖고 있는 중산층도 거래절벽에서 오는 찬바람을 맞아야 한다. 소비를 줄이게 되고 이는 내수경기 침체로 이어져 관련 회사는 임금 삭감에다 인원감축과 같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기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는 돈 없는 무주택자가 더 힘들어 지고 어쩌면 생계를 위협받는 처지로 내몰릴지도 모른다.

 주택경기는 내수시장과의 연관성이 커 평소 관리를 잘해야 한다. 항상 수급을 잘 맞춰 안정을 이루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급이 너무 많으면 소화불량의 부작용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집이 안 팔려 이사를 못 가는 일에서부터 대출금 상환 압박, 분양 아파트 입주 저조 등으로 일상의 흐름이 깨져버린다. 이는 다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현상이다.

 그만큼 주택의 수급조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번 기회에 완벽한 수급조절 시스템을 구축해 주택시장이 냉·온탕을 오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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