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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폐렴 원인, 동물 사료서 자란 세균 추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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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 건국대에서 집단 발병한 폐렴의 원인은 동물 사료에서 자란 방선균으로 추정된다는 질병관리본부(질본)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질본은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음식을 먹거나 개인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는 등의 안전수칙 위반이 위험을 키웠다는 의견을 냈다. 이 대학 동물생명과학대학에서는 10월 19일부터 폐렴 환자 55명이 발생했다. 증상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아 지난달 6일까지 모두 호전돼 퇴원했다.

“실험실서 음식 먹고 미생물 방치…상식적인 안전수칙들 안 지켜져”

 질본은 “역학조사 결과 사료와 실험실, 환자의 검체에서 방선균으로 추정되는 미생물이 관찰됐다. 임상적 소견과 병원체 검사 결과에 따라 방선균을 의심 병원체로 추정한다”고 8일 밝혔다. 방선균은 흙이나 사료 등에서 발견되는 세균의 일종으로 형태가 곰팡이와 유사하다.

 질본은 실험실 안전관리가 미흡해 집단 감염사태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상원 질병관리본부 백신연구과장은 “상식적인 규범들이 지켜지지 않았다.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공부를 하거나 음식을 먹는 일이 있었다. 개인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고 실험에 쓰인 미생물이 냉장고나 배양기에 보존되지 않은 채 책상 서랍 등에 방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실험실의 환기시스템이 2013년 이후 가동을 멈춘 것도 감염을 확산시킨 원인으로 지목됐다. 질본은 동물생명과학대학 건물에서 가스 확산 실험을 해 5층에서 가스가 발생하면 4~7층 전층으로 퍼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과장은 “실험 과정에서 증식된 병원체가 환기구를 통해 다른 실험실로 옮겨 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건국대뿐 아니라 다른 곳의 실험실에서도 안전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진국처럼 실험실 사용 교육을 실시하고 제대로 된 환기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질본은 이달 말까지 25개 대학 229개 연구실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교육부 등과 협의해 내년 2월까지 실험실 환경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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