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책 오락가락, 투자에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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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에 전 세계 사업본부를 두고 있는 유일한 글로벌 기업인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에릭 닐슨(사진) 사장이 2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사안에 따라 엇갈리는 한국 정부의 노사정책이 외국기업의 투자결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다음달 1일 창립 5주년을 맞는다.

닐슨 사장은 "외국기업은 한국의 법과 규정을 그대로 믿고 투자를 결정하는데 정부가 상황에 따라 적용 잣대를 달리하는 경우가 많아 혼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기준을 명확히 해 성숙한 노사 관계를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사가 힘을 합쳐 외국과 경쟁해야 하는데도 한국은 내부 갈등과 대립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허비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려면 사회보장 제도 확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닐슨 사장은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경우 노조가 있지만 인수 초기부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켜 '분규는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 안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실적과 목표를 매월 조합에 공개하는 투명 경영과 타운홀미팅 등을 지속적으로 해온 결과, 올해 임금협상을 이미 마무리하는 등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닐슨 사장은 "현재 7% 수준인 굴삭기 세계시장 점유율을 2006년까지 15%로 끌어올려 세계 3대 제작사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올해 초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지구에 공장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5~10년 동안 한국이 연구개발(R&D)과 생산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임금 수준이 한국 창원공장의 8분의 1 수준이지만 생산성은 3.5분의 1에 불과해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1998년 스웨덴 볼보그룹이 삼성중공업의 중장비 부문을 5억달러에 인수해 세운 회사이며, 스웨덴 공장을 폐쇄하고 창원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한 뒤 전 세계 사업본부 역할을 해왔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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