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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최병렬號 출범] 아픔 삭이는 패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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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대표 경선이 보름의 레이스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승자는 커튼 앞에서 환호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5명의 패자는 뒤에서 아픔을 삭여야 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정계 개편의 바람을 타고 당을 떠나는 사람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청원 의원은 당 대표 경선에 불출마 약속을 뒤집으면서까지 당권에 의욕을 보였지만 3천여표 차로 분루를 삼켰다. 승패가 갈린 뒤 徐의원은 "신임 대표와 당 지도부가 보수.지역정당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며 "당원 동지들과 함께 새로운 한나라당 만들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선 기간 중 그는 주변 의원들에게 "이번에 지면 정치를 그만둬야 할까 봐"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번 선거는 그에게 그만큼 힘들었다. 측근들은 "당분간 쉬면서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당의 성공을 기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4만3천여표를 얻은 徐의원이 당권을 쥔 신임 최병렬 대표와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단합 강도가 결정될 것이란 지적들이다.

강재섭 의원의 도전도 실패로 끝났다. 그는 "다음에 대통령 후보로 나서려면 이번은 참아야 한다"는 주변의 얘기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결심했다. "연속된 대선 패배로 좌절감에 빠져 있는 대구.경북에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실제로 대구.경북은 이번 경선에서 86.5%와 70.9%라는 높은 투표율로 당권 창출을 희구했다.

그래서 姜의원 측은 자신에게 닥친 경선 낙선의 아픔보다 "대구.경북민들의 좌절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姜의원은 "다시 밑바닥에서 시작하겠다"고 했다.

호남 출신 김덕룡 의원은 당내 지역의 벽에 또 한번 무릎을 꿇었다. 측근들은 "당분간 모든 걸 잊고 쉴 것"이라고 했다. 金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최병렬 대표와의 연대설이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새 대표와의 협력 여부가 주목된다.

이재오(李在五).김형오(金炯旿) 두 의원은 조직도 없이 맨몸으로 거물 후보들과 부닥쳐 나름대로 깨끗한 정치 실험을 해냈다. 이들은 아름다운 꼴찌로 불릴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승희.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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