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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아웃복서형 장관' 이기권의 한방은 뭘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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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복서형 장관’

최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붙은 별명이다. 장관직을 걸겠다고 할 정도의 ‘한 방’은 없지만 계속 잽을 날리며 링 안에서 뛰고 있다는 의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노동개혁 논의의 불씨를 살리려 동분서주 하는 이 장관에게 딱 어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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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정치국제부문 기자

이 장관은 7일 국회 정론관의 기자회견장을 직접 찾아 10분 동안 A4용지 5장 분량의 회견문을 읽었다. 그는 “5대 입법(근로기준법ㆍ파견근로자보호법ㆍ기간제법ㆍ고용보험법ㆍ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연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 등 정치일정상 자동폐기되고 노동개혁은 좌초할 것”이라며 “올해 통과되지 않으면 돌파구가 없다”고 호소했다. 노동 5법은 지난달 16일 환노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후 22일째 계류중이다. 야당의 반대가 심한 고용보험법ㆍ기간제법ㆍ파견법 개정안은 법안심사소위로 넘기지도 못했다.

공무원연금개혁,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박근혜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었던 국정과제들은 적지 않다. 하지만 당시 보건복지부나 교육부장관이 국회에 와서 기자회견을 한 적은 없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회 정론관에 브리핑 룸 형태의 현 기자실이 생긴 이래 국무위원이 직접 와서 회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 장관은 “국회 앞에 자리펴고 농성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주변에 말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그는 지난달 27일 여당 원내지도부와 함께 국회 출입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노동개혁 주요내용 및 추진방안’이란 제목의 자료를 배포하는가 하면, 지난달 4일에는 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가 주관한 노동 5법 입법방안 토론회에도 참석했다.국회에선 기자들에게 장관의 개인 휴대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돌리면서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도 지난 9월 노사정대타협이 이뤄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이 장관의 적극성을 칭찬했다”고 전했다.

이 장관이 아웃복서라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파이터'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최 부총리는 야당 의원과 설전도 벌였다.

▶최 부총리= “서비스산업발전법안은 18대 국회에서 제안됐다가 폐기되고 19대 국회에 이르고 있다. 야당이 무작정 시간을 끄는 건 정부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하는 말 같다. 착각하는 것 같은데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 야당이 반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거다.”
▶최 부총리= “7~8년씩 된 법안이 통과가 안되는데 어느 정부가 가만히 있겠나.”
 아웃복서형 장관이 무수히 잽을 날리고, 인파이터형 부총리는 한 방을 노리며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협력없이 노동 5법을 비롯한 핵심법안이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까지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과연 박근혜정부의 총력전이 야당의 맷집을 이길수 있을까.

김경희 정치국제부문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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