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빈체로~” 대규모 세 과시한 친박 송년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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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정치국제부문 기자

“국가경쟁력강화포럼, 빈체로(vincero)!”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물잔을 들고 ‘승리하리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를 건배사로 외치자 30명의 친박계 의원이 따라 외치며 활짝 웃었다. 9일 여의도의 고급 중식당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의 송년 오찬 모습이다. 해양수산부 장관에서 지난달 국회로 컴백한 유기준 의원이 회장,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이 간사인 친박계 모임이다.

유기준·윤상현·이주영·김희정 등
5일 전 행사공지 불구 50명 참석

“공천 룰 등 언급 자제” 해명에도
비박계 “진박들만의 잔치” 눈총

 유 의원과 유일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양(兩) 유’가 당으로 귀환한 데 이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복귀를 앞두고 있는 친박계가 대대적인 세 과시에 나섰다. 정기국회 폐회일로 바쁜 중에도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 이어 오찬까지 모두 4시간 가까이 이어진 모임에 얼굴을 잠깐이라도 비친 이는 50명이 넘었다. 연말인 데다 모임이 불과 5일 전에 공지됐지만 의원들은 어떻게든 얼굴 도장을 찍으려 했다.

 1부 행사 격인 세미나는 비정규직법, 파견법 등 노동개혁 관련 5대 입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강사로 나섰다. 이례적으로 파워포인트(PPT) 자료까지 준비해 온 두 장관은 1시간 동안 법안의 시급성을 설파했다. 모임 간사인 윤상현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모든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입법의 벽에 가로막혀 꼼짝 못하고 있다”며 “야당은 ‘입법 바리케이드’를 대승적 차원에서 치워 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박 대통령의 법안 드라이브를 측면에서 지원하려는 의도였다.

 2부 행사인 오찬엔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친박계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도 들렀다. ‘신박(新朴·새로운 친박)’으로 불리는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도 합류했다. 가장 싼 점심 코스가 6만5000원인 식비는 매달 의원들이 납부한 회비로 정산했다고 한다.

 분명히 세 과시의 장이었지만, 당내 비박계 의원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내용상으로는 정치색을 최대한 뺀 모양새다.

 모두발언에서 회장인 유기준 의원이 “선거구 획정, 당 공천 관련 룰, 인재 영입 등에 대해 당 지도부가 속력을 내고 ‘경기’(선거)를 할 수 있는 경기장과 경기 규칙을 만들어주는 게 굉장히 시급하다”고 말한 것을 빼면 참석자들은 공천 룰 등 당내 상황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윤상현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동 5법과 경제활성화 법안을 어떻게든 통과시켜야 된다는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비박계에선 “본격적인 공천 전쟁을 앞두고 친박 내 결속력을 끌어올리려는 ‘진박(진실한 친박)’들의 잔치”라고 곱지 않은 눈길을 보냈다.

김경희 정치국제부문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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