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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칼린·남경주 춤·노래, 눈물 없인 못 본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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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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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주연을 맡은 박칼린(왼쪽)과 남경주. “초·재연보다 디테일 묘사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남경주(51)와 박칼린(48), 우리나라 뮤지컬계의 ‘1세대’로 꼽히는 두 사람이 한무대에 선다. 16일부터 내년 3월 13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서 주인공 댄·다이애나 부부 역을 맡는다. 2011년 초연, 2013년 재연에 이은 세 번째 같은 역할이다. “배우라면 다 하고 싶을 작품”(박)이어서 “다시 한다면 만사 제쳐 두고 하겠다”(남)고 벼렀다는 이들을 3일 오후 서울 정릉동 서경대 연습실 부근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달 10일부터 하루 7시간씩 연습실에 머물며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들이 잠시 낸 짬이었다.

16일 막 올리는 ‘넥스트 투 노멀’

현대사회 가족 소외·소통 다뤄
박칼린 주인공 유일한 뮤지컬

박 “록 부르는 엄마 역 정말 탐났다”
남 “꼭 다시 하겠다고 벼른 작품”

 -‘넥스트 투 노멀’ 세 시즌 연속 출연이다. 작품의 어떤 매력 때문인가.

 “가족 간의 소외와 소통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특별한 얘기 같지만 이 시대 웬만한 가족들이 갖고 있는 문제다.”(남)

 “뮤지컬다운 뮤지컬이다.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고 때맞춰 나오는 음악과 춤이 있다. 무대 세트도 멋있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이 작품을 처음 봤다. 1막이 끝난 뒤 한국의 제작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정말 좋은 작품이 있다’고 얘기했었다.”(박)

 200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넥스트 투 노멀’은 조울증으로 고통받는 엄마 다이애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흔들리는 가족 이야기다. 각자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가족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2009년 토니상 3관왕에 올랐고, 2010년에는 퓰리처상(드라마 부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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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공연 장면. 다이애나가 정신과 상담을 받는 모습이다.

 ‘넥스트 투 노멀’은 박칼린이 유일하게 주인공을 맡은 뮤지컬이기도 하다. 1995년 창작뮤지컬 ‘명성황후’ 음악감독을 시작으로 ‘오페라의 유령’ ‘아이다’ ‘시카고’ 등 대형 뮤지컬의 음악감독을 도맡았던 그가 2011년 한국 라이선스 공연 오디션에 응해 배역을 따냈다. 그는 “록 음악을 멋지게 부르는 다이애나 역은 정말 탐났다”고 말했다.

 - 관객에게 어떤 의미를 주리라 기대하나.

 “‘특별한 건 바라지도 않는다, 평범한 것 근처(next to normal)만 갔으면 좋겠다’는 작품의 메시지에 깊이 공감한다. 초연·재연을 거치는 동안 몇 번은 관객이 너무 울어서 연기하는 데 신경이 쓰인 적이 있었다. 아마도 그 관객은 공연을 보며 자기 내면에 깊이 숨겨놨던 좋지 않은 기억이나 충격을 끄집어내 토하는 과정을 거쳤을 거다. 그리고 한결 순수해지고 성장했으리라 믿는다. 그런 관객 한둘만 있어도 우린 할 일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남)

 “작품으로 삶의 한 모습을 보여줄 뿐 어떻게 느끼느냐는 건 관객의 권리다. 공연이 삶의 문제를 해결은 못 해주지만 건드려는 줄 수 있다.”(박)

 두 사람은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의 급성장기를 한복판에서 경험한 뮤지컬계 산증인이다. 1984년 뮤지컬 무대에 처음 섰던 남경주는 “30년 전만 해도 1년에 공연하는 뮤지컬이 서너 편에 불과했는데 이젠 200편이 넘는다”면서 “너무 빨리 좋아졌다”며 말끝을 흐렸다. “스타마케팅이 성행하면서 몇몇 배우들의 개런티가 너무 높아져 제작사 형편은 어려워만지고…. 이래선 미래가 없다”는 그의 쓴소리에 박칼린도 한마디 얹었다. 배우 매니지먼트 회사가 뮤지컬 제작에 직접 나서는 최근 움직임을 두고 “그게 그거 같은 비슷한 작품밖에 못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들은 성장하는 후배들을 보며 희망을 읽는다. “‘넥스트 투 노멀’에 아들 역으로 출연하는 최재림·서경수 배우의 끼가 무궁무진하다”(남)면서 눈을 반짝였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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