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예비후보자 등록 9일 앞두고도 여야 선거구 획정 담판 20분만에 결렬

중앙일보

입력

20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일을 9일 앞둔 6일, 여야의 대표·원내대표가 선거구 획정을 위한 담판 회동을 가졌지만 20분만에 성과없이 끝났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회동에서 여야는 이견만 확인한 채 다음 회동 날짜조차 정하지 못해 15일로 예정된 예비후보자 등록 전후로 대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날 회동이 결렬된 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상응하는 대안을 내놓으라”는 야당과 “선거구 획정과 무관한 선거제도 논의 대신 선거구 획정을 논의하자”는 여당이 팽팽하게 대치하면서다. 오후 2시에 시작된 회동장을 먼저 떠난 건 새정치민주연합 측이었다. 20분만에 회동장을 빠져나온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중재한 회동에서 지역구 의원수 7석을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일 수 있다고 한 건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비례성 확보가 전제”라며 “새누리당은 이걸 받지 않겠다면서 어떤 대안도 가져오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회동 결렬 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2대 1까지 줄이는 선거구 획정이 본질인데 야당에선 선거제도 개선을 요구한다”며 “이건 100m 달리기를 하는데 10m 앞에서 뛰겠다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김무성 대표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안한 권역별ㆍ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재 대통령중심제인 우리나라 권력구조엔 맞지 않다”며 야당의 제안을 거부할 뜻을 재확인했다. 정치개혁특위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도 “야당은 마치 나이키 운동화를 안 사준다고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쓰는 아이와 같다”고 비판했다.

현재까지 여야는 ▶의원정수 300명 유지 ▶지역구 7석 확대 및 비례대표 축소에 있어선 공감대를 형성했다. 새정치연합은 이에 더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20대 총선에서 시행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21대 총선에서라도 시행한다는 걸 명문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고 ▶선거일 투표 시간 연장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대해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은 “야당은 왜 20대가 아닌 21대 국회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나”라며 “19대 국회가 차차기 국회에 제도를 강제하는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권역별·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선거구 획정에서 향후 논의하겠다는 걸 부칙조항에 담을 수 있다”(원 원내대표)고만 했다.

이처럼 여야가 선거구 획정을 하지 못하면 20대 총선에 도전하는 원외 인사들과 정치신인들의 활동 공간이 대폭 줄어든다. 오는 15일 예비후보로 등록하더라도 불과 16일 뒤인 내년 1월 1일엔 선거구가 없어지면서 예비후보 지위도 잃게 된다.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구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현행 선거구는 2015년 12월 31일까지만 유효하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반면 현역 국회의원들 역시 해당 지역구가 없어지지만 의정보고회 등을 통해 선거운동을 하면서 20대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이학재 의원은 “국회가 선거구 획정에 실패해 예비후보들에게 정당한 선거운동 권한을 마련해주지 못하면 선거에 패배한 예비후보가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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