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속 지식은 시식 코너 음식 같아 뇌 건강 위해 책 읽어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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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호 10면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 게 언제인가. 하루에도 몇 시간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보내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정작 책 한 권은 못 챙겨 읽는 게 현대인의 삶이 아닌가 싶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가바사와 시온(樺澤紫苑·사진)은 인터넷 스타다. 트위터 팔로어 12만 명에,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는 14만 개다. 유튜브에서 하는 심리학 강의도 인기다. 하지만 그는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독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자 배열에 지나지 않은 인터넷의 정보와 달리 지식의 결정체인 책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올 초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읽으면 잊어버리지 않는 독서술』을 출간한 것을 계기로 지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독서 방법에 대해 e메일 인터뷰를 했다. 한국어판은 내년에 출간될 예정이다.?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독서하는 방법에 대한 책을 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출판사에서 그렇게 써달라고 의뢰가 들어왔어요(하하). ‘독서술(讀書術)’ 하면 무슨 경영 분야의 유명한 작가가 내는 책 같아 정신과 의사인 제가 그런 책을 내 봤자 잘 팔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물론 독서 자체는 옛날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언젠가 독서에 대한 책을 내겠다고 어렴풋이 생각은 해왔지만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서 사긴 샀는데 안 읽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일단 산 책은 어떻게 하면 꼭 읽을 수 있을까요.“책은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 책을 통해 깨닫는 점이 세 개만 있어도 책을 산 값은 한 거예요. 그런 측면에서 단 5분 동안 책 전체를 쭉 훑어 읽는 ‘훌훌 독서술’도 의미 있어요. 중요한 부분을 골라 집중해서 읽는다면 책을 다 읽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다들 인터넷만 보는데요. 어떻게 하면 독서 인구를 늘릴 수 있을까요.“제가 이 책에도 썼지만 인터넷에서 얻는 건 ‘정보’이고, 책에서 얻는 건 ‘지식’이에요. 인터넷을 보는 건 절대 독서의 대안이 될 수 없죠. 인터넷에서 아무리 정보를 수집해도 그게 어떤 지적 성장으로 이어지진 않아요. 현재 대부분의 사람은 정보 과다에 지식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인터넷 정보와 독서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아진다면 독서 인구의 증가로 이어지겠죠.”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 사람도 있어요.“이 책의 테마는 ‘책을 읽읍시다’가 아니라 ‘책을 읽었으면 결과물을 냅시다’예요. 책을 읽고 습득하는 것(인풋)은 힘들고 괴로운 일이지만, 읽은 내용을 활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일(아웃풋)은 즐겁다고들 생각할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이 책을 통해 늘리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의 ‘독서량’이 아니라 ‘아웃풋 양’이에요. 아웃풋은 인터넷에 빠진 젊은이들도 쉽게 시도할 수 있고, 그러면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


-요즘은 책을 잘 팔리게 하려고 고전(古典)의 요약본이나 자기계발서 같은 가벼운 책을 많이 내는데요. 이런 책을 읽어도 지식 축적에 도움이 될까요.“요약본, 축약본, 고전이나 자기계발서의 만화판까지 강력 추천입니다. 특히 책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 독서량이 적은 사람일수록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갑자기 고전이나 원서를 읽으면 거의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요약본으로 책의 개요를 파악하고 그것으로 모자라는 사람은 원본을 읽는 게 맞는다고 봐요.”


-일본은 세계에서 독서량과 신문 구독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데요. 일본인의 잇단 노벨상 수상이나 학술적 성과와도 관련 있다고 생각하세요?“(출판량이 아닌) 독서량으로 치면 미국인이 일본인보다 두 배 이상 더 읽는다고 해요. 독서와 사회적 성공의 상관관계로 말하면 어렸을 때의 독서량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가 공부를 잘할 확률이 높으니까요. 일본인·미국인 같은 국민성보다 부모의 독서 습관이 훨씬 중요한 것 같아요.”


-전자책은 어떻게 보세요.“전자책은 독서 인구를 늘리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어차피 종이책을 읽던 사람이 전자책도 사는 거니까요. 앞서 말했듯이 독서 인구를 늘리려면 부모가 책을 많이 읽고 책 읽는 방법을 아이에게 가르쳐 주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봐요.”


-‘인터넷 신문에 난 정보를 읽는 건 영양가 있는 식사가 아니라 백화점 시식 코너에서 맛만 보는 것 같다’고 쓰셨는데요. 세계 유수 언론이 내는 일요판 신문의 긴 분석기사도 그렇게 생각하세요?“저도 인터넷을 통해 저의 책과 생각을 홍보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도 질 좋은 정보가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네요(하하). 중요한 것은 옥석이 혼재된 인터넷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보석을 찾아내는 능력인 것 같아요. 그런 능력은 좋은 문장을 많이 읽는 독서를 통해 자신을 갈고 닦는 과정에서 생기겠죠.”


-이 책에서 ‘양서(良書) 31권’을 추천했네요. 아무래도 정신의학ㆍ심리학 분야의 책이 많은 것 같아요. 소설이나 인문ㆍ사회과학 책은 없나요.“제가 추천하는 거니까 저의 전문 영역에서 골랐어요. 소설 같은 책들도 읽긴 하지만 제 취향이 너무 강하게 드러나 버릴 것 같아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밝히기는 좀 그렇네요(하하).”


가바사와 시온 1965년 삿포로 출생. 삿포로의대 졸업 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수학. 현재 가바사와심리학연구소 소장으로 그가 발행하는 ‘정신과 의사 가바사와의 공식 레터’는 15만 명이 구독하는 등 ‘아웃풋’을 내는 데 열심이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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