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역 연쇄뺑소니' 범인, "사람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중앙일보

입력

새벽 시간 도로를 건너던 50대 여성이 차량 3대에 잇달아 치여 사망한 사고의 가해자가 모두 검거됐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운행 중 행인을 치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특가법 상 도주차량 등)로 정모(37)씨를 구속하고 현역 군 장교 남모(26)씨를 군 수사기관에 넘겼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은평구의 한 유흥업소에서 DJ로 일하던 첫 번째 가해자 정씨는 사고 당일 새벽 2시10분쯤 일을 마친 후 렌터카를 끌고 관악구 신림동을 향하던 중 불광역 사거리에서 송씨를 차로 들이 받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CCTV를 확인한 결과 정씨는 당시 담배를 피우며 운전하다가 송씨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전과 11범으로 앞서 두 번이나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도주한 적이 있었다. 정씨는 지난 2013년 9월에도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집행유예 기간이었으며, 지난 7월에도 무면허로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정씨는 “가중처벌이 두려워 도주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두 번째 가해자인 남씨는 휴가 중 서울에 있다가 지방에 내려가기 위해 통일로를 지나던 중 송씨를 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남씨는 경찰 조사에서 “검은 상자로 보이는 물체를 쳤다는 느낌이 있었고, 사람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당황해 그대로 지나쳤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세 번째로 송씨를 친 도모(59)씨는 현장에서 검거돼 현재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사건을 접수한 뒤 사고지점 반경 2km 내 CCTV 100여 개를 확보해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야간에 비까지 내리는 상황이어서 차량 번호를 특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반드시 뺑소니범을 검거해야겠다는 생각에 반복적으로 이동경로를 면밀히 분석했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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