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터키, IS 원유 수입선 지키려 러 전폭기 격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터키가 최근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한 것은 이슬람국가(IS)로부터 석유공급을 보호받기 위해서였다.”

푸틴, 대규모 석유 밀거래 의혹 제기
에르도안 “사실이면 자리 내놓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근교 르부르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한 말이다. 그는 “여객기 격추 결정이 터키 영토로의, 특히 석유를 바로 유조선에 적재하는 항구로의 공급선을 보호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고 여길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터키 F-18s 전투기가 지난달 24일 시리아 접경에서 러시아 Su-24 전폭기를 격추한 이후 러시아가 반복해온 주장이다. 터키가 IS 추종자들의 시리아로 밀입국을 방조하는 대가로 IS로부터 값싼 원유를 사들여 이득을 챙긴다는 것이다. 이날은 푸틴 대통령이 직접 거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IS와 다른 테러조직들이 장악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가 대규모로 터키로 수송되고 있다는 추가 정보도 받아왔다”고 했다.

 이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그런 일이 입증된다면 우리 국가의 고결함을 위해 나는 자리를 지키지 않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에게도 ‘자리를 지키겠느냐’고 묻는다”며 “우리는 그런 거래를 할 만큼 부정직하지 않다”고 맞섰다.

 IS는 한창 때 매일 5만5000배럴(1배럴은 158.9L)의 원유를 생산, 150만 달러(17억4000만원)의 수입을 챙긴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IS의 점령 지역엔 항구가 없어 주변국을 통할 수밖에 없다. 터키가 눈총을 받는 이유다. 모와파크 알루바이 전 이라크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 매체 RT에 “IS가 지난 8개월간 터키의 암시장에 8억 달러의 원유를 절반 가격에 팔았다”고 주장했다. 터키는 최근 “시리아에서 밀수된 원유 7900만L를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IS가 터키를 통해 원유를 밀수출했던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IS의 원유의 75%가 터키 등의 이런저런 세탁 과정을 거쳐 결국 이스라엘로 들어간다”며 “이스라엘이 관문일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시리아 반정부 인사인 엘리아스 워드 전 석유장관은 “IS 원유의 40%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가 최근 알사드와 가까운 인사들을 IS와 밀거래 혐의로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일 의회에서 IS에 대한 공습을 이라크에서 시리아로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표결을 부치겠다”고 발표했다. 통과되면 서방 국가 중 미국·프랑스에 이어 영국도 시리아 공습에 참여하게 된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