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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허구

중앙일보

입력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남과 여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5000만㎞ 떨어진 화성·금성만큼이나 다른 존재란 주장이다. 그러나 뇌 구조 자체론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 분야에서 명성 있는 저널인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11월30일자)에 게재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1400명 이상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한 결과 ‘남성적 특성’을, 반대로 ‘여성적 특성’만 보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양쪽이 혼재된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먼저 뇌 부위에 따라 조직 두께나 부피 등을 측정하고, 성별에 따라 주로 나타나는 특성과 그 부위를 구분해 ‘여성 구역’‘남성 구역’‘중간 구역’으로 나눴다. 그리곤 개인 뇌의 특성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한쪽 성별에 치우친 특성은 보인 건 조사 대상의 6% 미만이었다. 연구진은 심리·행동 측면에서의 선행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연구진의 다프나 조엘 텔아비브대 교수는 “뇌에 차이가 있어도 ‘남자의 뇌’나 ‘여자의 뇌’론 구분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하나하나의 독특한 모자이크”라며 “사람이 어느 면에서는 남성적이고 다른 면에서는 여성스러운 특성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이를 두고 “만일 남성이 화성에서 왔다면 여성도 화성에서 왔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의 래리 카힐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뇌가 남녀 속성을 모두 가진 혼합체란데 동의한다”며 “그렇지만 이 연구가 남녀 뇌 작동 방식이 다를 가능성까지 배제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실제 뇌 활동 연구 중엔 남성이 인지와 운동, 여성이 분석과 직관 사이 연결성이 두드러졌다는 것도 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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