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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불평등이 IS 테러 야기했다" 피케티 교수 지적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21세기 자본』으로 불평등 문제를 세계적으로 공론화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중동 국가의 경제적 불평등이 이슬람국가(IS)와 중동발 테러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피케티 교수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지에 기고한 글에서 “기름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소수 국가의 일부 계층이 부를 독점하면서 정치사회가 불안정해졌다”며 “테러리스트들은 사회 불평등과 불만의 틈을 비집고 발흥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동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지역”이라며 “극소수가 부를 독점함으로써 여성과 난민 대부분은 반(半)노예 상태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 와중에 지하디스트들의 활동이 정당화되고 전쟁이 끊임없이 발발한다는 것이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피케티 교수가 특정 국가들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가리키는 아랍 부국들은 아랍에미리트와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이라고 설명했다.

IS가 단시간에 세력을 키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방 국가들의 책임이 있다고 피케티 교수는 강조한다. 서방 국가들이 ‘석유 왕조 국가’들의 지배계층을 지원해 이들이 군사·정치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왔다는 것이다. “서방 입장에서는 중동 국가들을 도우면서 자국 내 축구팀을 후원할 푼돈을 얻고 무기를 팔 수 있어서 기뻐한다”는 것이 피케티 교수의 설명이다.

피케티 교수는 “경제적 박탈이 전쟁의 공포를 불러오면서 중동은 테러의 화약고가 됐다”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회 정의와 민주주의가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소외된 계층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방 국가들이 중동 국가의 경제적 이득 혹은 집권층과의 관계에 신경 쓰기 보다는 고등 교육 강화 등 지역 발전을 위해 힘써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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