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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현금의 종말 다가온다…금 수요 늘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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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 아이들은 돈이 무엇인지 모르게 될 것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아일랜드의 한 대학교에서 ‘현금의 종말’을 호언장담했다. 핀테크(금융+기술)의 발달로 현금을 이용하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이다. 물론 쿡의 이런 도발적인 발언엔 “애플 페이가 현금을 대체할 것”이란 홍보 의도가 담겨있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현금 사용 비중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결제는 신용·체크카드로, 금융 업무는 인터넷·모바일 뱅킹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지갑에
서 돈을 꺼내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

만일 쿡의 예측대로 정말 현금이 사라지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금이 사라지면 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돈의 가치를 금의 양과 연계해 계산하는 금본위제도는 폐지된 지 오래됐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금이 돈과 같은 가치를 가진다고 여긴다. 곽 연구원은 “사람들은 지폐와 동전이 사라지고 난 허전함은 금으로 채울 가능성이 높다”며 “금이 아니면 비트코인과 같은 전자 화폐의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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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맥킨지·신한금융투자]

현금이 사라지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세금을 내지 않고 음지에서 활동하는 지하 경제의 돈을 양지로 끌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조세 형평성이 높아진다.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국가가 현금을 만들어 사용하면서 드는 비용을 국내총생산(GDP)의 0.1~1.1%, 전체 가계 소득의 0.3~2.0%로 추정한다. 곽 연구원은 “삼성이나 애플 등 세계적인 기업의 모바일 결제 시장 진출로 경쟁이 격화됐다”며 “하지만 이런 경쟁은 성장의 다른 이름이므로 앞으로 상상하기 힘든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자유로움과 효용 뒤엔 감시라는 비용이 따른다”며 “현금의 종말로 IT기술을 활용한 빅브라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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