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신도에게 멱살 잡혀 끌려 나오다 법복 벗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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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 옥상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조계사 신도회 불자 10여 명이 한 위원장을 찾아가 퇴거를 요구했으나 한 위원장은 완강히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법복이 벗겨지기도 했다. [뉴시스]

한상균(53) 민주노총 위원장이 피신해 있는 조계사에서 민주노총과 종단·신도회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조계사 신도가 ‘한 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노총 간부들의 경내 퇴거’를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이에 한 위원장 측은 “수십만 노동자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해 달라”며 퇴거를 거부했고 이 과정에서 양측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조계사는 긴급회의를 열어 밤늦게까지 대책을 논의했다.

신도회장 “조계사에서 나가라” 요구
한 위원장 “5일만 시간 달라” 거부
“법복 찢어진 채 못 나간다 버텨”

경찰, 불법·폭력시위 엄단 재천명
“복면시위대에 물감 쏴 현장 체포”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0분쯤 조계사 신도회 소속 불자 10여 명이 한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조계사 관음전으로 찾아갔다. 박준 신도회 부회장 등은 관음전 409호에 들어가 당시 혼자 있던 한 위원장에게 “조계사 신도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조속히 조계사에서 나가 명예롭게 자진출두하라”고 요구했다. 박준 신도회 부회장은 “퇴거 요청에 (한 위원장이) ‘5일만 시간을 달라’며 거부했다”며 "회장단이 한 위원장을 강제로 끌고 나오려 멱살을 잡았으나 한 위원장의 생활법복이 찢어져 실패했다”고 말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법복이 벗겨진 상태에서 못 나간다고 버틴것으로 안다”고 했다.

 현재 한 위원장을 제외한 다른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모두 경내에서 나온 상태라고 한다. 경찰은 이런 소동 직후 경찰력을 600명으로 늘려 경비를 강화했다. 한 위원장이 경내를 빠져나갈 경우 체포하기 위해서다.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오후 5시30분 관음전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신변 위협은 정권이 조계사를 압박해 벌어진 충격적이고 참담한 사건”이라며 “무력 퇴거 시도가 조계사의 공식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경자 부위원장은 “지금 이곳엔 개인 한상균이 아니라 노동개악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의 운명이 피신해 있음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진보 성향 시민단체 등 97개 단체가 “12월 5일 7000명 규모로 집회를 열겠다”며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국민대회 및 국민대행진’이라는 이름으로 재차 신고한 데 대해서도 30일 금지를 통보했다. 경찰은 통고서에서 “집회 주최 측 단체 79개 중 51개가 지난 11월 14일 불법 폭력집회를 개최한 민중총궐기투쟁본부와 중복돼 사실상 동일하고 불법집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불법시위 엄단’ 기조를 천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구은수 청장)은 이날 시위현장에 설치한 ‘차벽’을 훼손하고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복면시위대 등에 대한 강력 대응계획을 밝혔다. 현장검거단을 투입해 복면·불법폭력시위자에 대해 유색물감을 살포해 표시한 뒤 즉시 검거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등은 “정부가 과거 백골단 부활과 다름없는 검거전담반을 운영하겠다고 하는 건 적반하장”이라며 비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28일 조계사를 경비하던 경찰관의 머리를 때린 혐의(공무집행방해)로 민주노총 전 간부 채모(55)씨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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