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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종교인 과세 법안 퇴보하는 일 없이 실행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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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회가 30일 종교인 소득에 과세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원회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 중 종교소득’으로 명시하고 2018년부터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종교인 과세는 47년간 사회적 논란거리였으나 국회 법안 심사에서 번번이 유보되면서 국회가 종교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았던 문제였다.

 실제로 종교인 면세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과세 형평주의에도 어긋나고 선진국도 종교인에게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았다. 또 천주교 사제들은 20년 넘게 소득세를 자진납부하고 있으며, 불교계에서도 과세에 긍정적이었고, 일부 개신교 대형교회도 자발적 납세에 참여했다. 다만 국회가 일부 개신교 측의 반발에 밀려 지금까지 미뤄왔던 것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이번 법안이 과연 제대로 시행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초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내년 1월부터 할 예정이었지만 국회가 2년 유예한 것은 총선·대선을 염두에 둔 눈치 보기로 볼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두 개의 큰 선거를 거치는 동안 개신교 측이 계속 반발할 경우 과연 법이 그대로 시행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원천징수를 선택사항으로 정하고 자진납세를 도입한 것도 논란거리다. 또 여야는 과세를 반대해온 종교계 인사들이 종교시설에 대한 세무조사를 우려하는 점을 들어 이를 방지하는 표현도 법안에 포함키로 하면서 납세를 종교인의 성실신고에만 의존해야 하게 됐다. 그러나 항간엔 일부 종교계의 자금 흐름 투명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종교기관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차원에서라도 세무조사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회계 투명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종교계의 신뢰를 높이고 과세 형평성에 대한 믿음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종교인 과세가 퇴보하는 일 없이 실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