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억, 한화에 남은 김태균 … 82억, SK 뿌리친 정우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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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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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구단은 29일 새벽 0시 23분, 김태균(33)과 FA(자유계약선수) 계약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원 소속 구단과의 계약 마감시한이 28일까지였는데 양측은 28일 밤 11시 57분 계약서에 사인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계약서를 제출하고 보도자료를 돌리기까지 26분이 걸린 것이다. 이날 자정을 넘기면 김태균은 한화 외 다른 구단과 계약할 수 있었기에 한화 팬들은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삼성 이승엽 잡고 박석민과는 결렬
넥센 유한준은 4년간 60억에 kt로
SK 윤길현 4년 38억, 롯데 이적
구단들 신중, 예년보다 시장 차분

 김태균은 지난 2012년 한화와 FA 계약 후 4년 평균 타율 0.342, 평균 출루율 0.460, 평균 장타율 0.531를 기록했다. 역대 FA 타자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적이었다. 한화가 두 번째 FA 계약에서 김태균에게 제시한 금액은 4년 총액 84억원(계약금 20억원, 연봉 16억원). 많은 전문가들이 FA 사상 최초로 총액 100억원 이상의 계약에 성공할 선수로 김태균과 김현수(27·두산)를 꼽았다. 김현수는 미국 진출을 타진 중이어서 김태균이 최고액 FA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장 상황은 달랐다. 올해 초 KIA 투수 윤석민(29)이 기록한 역대 FA 최고액(4년 90억원)은 물론 SK 3루수 최정(28)이 갖고 있는 FA 타자 최고액(4년 86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FA 시장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FA 몸값이 폭등을 거듭했지만 올 겨울엔 상승세가 꺾이는 것 같다. 원 소속 구단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꼭 잡고, 선수의 요구가 지나치다 싶으면 미련없이 시장에 내보내고 있다. 한화 구단은 “김태균을 놓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협상 중 제시액을 높이진 않았다. 구단 상황을 설명하며 김태균의 잔류를 설득했다.

 앞서 삼성 구단과 이승엽(39)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2년 총액 36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10억원)에 계약했다. 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 된 이승엽은 타율 0.332, 홈런 26개를 기록했다. 나이를 잊은 듯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해도 삼성을 떠나는 이승엽은 상상할 수 없었다. 이승엽은 계약기간에 욕심내지 않았고, 삼성은 서운하지 않을 만큼의 금액을 제시했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뛸 때도 ‘선수 생활의 마무리는 삼성에서 한다’고 팬들에게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반면 FA 최대어 중 하나인 3루수 박석민(30)은 삼성과 계약에 성공하지 못하고 시장으로 나왔다. 최근 4년 연속 타율 3할을 넘겼고, 평균 23.5홈런을 때린 그는 최정에 버금가는 계약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삼성은 계약 마감 6시간을 앞두고 일찌감치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박석민의 요구안이 꽤 높았던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삼성 구단이 협상 테이블을 떠난 건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삼성은 전성기에 있는 내부 FA를 놓친 적이 한 번도 없다.

 넥센도 팀 리더 이택근(35)과 4년 35억원에 계약했으나 유한준(34)·손승락(33)과는 결별했다. 꼭 잡아야 할 프랜차이즈 스타와는 계약하지만, 협상이 어려운 선수는 A급이라도 포기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SK도 불펜 블루칩 정우람(30)에게 4년 총액 82억원을 제시했으나 계약에 이르지 못하자 그를 시장에 내보냈다. 롯데는 송승준(35)을 4년 40억원에 잡았고 심수창(31)을 포기했다.

 A급 선수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지만 시장이 과열되진 않고 있다. 29일 오전 10시 LG가 정상호를 4년 32억원에 잡았다. 오후 3시 유한준(kt와 4년 60억원)과 윤길현(롯데와 4년 38억원)의 계약이 발표됐다. 우선협상기간이 끝나자마자 자정에라도 선수를 만나 계약서를 내미는 일은 사라지고 있다.

 지난 겨울 FA 19명의 계약금과 연봉 총액이 630억원을 돌파했다. 올 겨울 FA는 22명이고 29일 현재 14명의 계약 총액은 464억7000만원이다. 올 겨울 FA 시장은 예상만큼 뜨겁지 않다. FA 몸값이 다른 국내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을 끌어올렸기 때문에 각 구단이 FA 계약에 더 신중해진 것으로 보인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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