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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수의 에코 사이언스

2℃,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숫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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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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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논설위원 겸 환경전문기자

2015년을 한 달 남긴 지금 햄릿의 대사 “To be or not to be(죽느냐 사느냐)”가 “투시 오어 낫 투시(2℃ or not 2℃, 2도냐 아니냐)”란 질문으로 인류에게 다가와 있다. 바로 30일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때문이다.

 196개국 대표단과 국제기구·학계·기업·환경단체 관계자 등 4만 명이 참가하는 이번 회의는 산업혁명 이전과 대비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묶을 방안을 결정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다. 평균 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하면 가뭄, 홍수, 해수면 상승, 동식물 멸종 등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참여하는 이른바 ‘신(新)기후체제’가 출범한다면 ‘2도 목표’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2060~2075년에는 온실가스 순(純)배출량이 제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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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2도 목표’는 기후학자가 아닌 미국 예일대의 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가 1977년 제안했다. 온난화 방지 비용과 효과를 두루 감안한 현실적 타협이다. 기온이 1.9도 상승할 때까지는 전혀 문제 없다가 2도가 넘어서면 갑자기 재앙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2도 목표를 준수해도 작은 섬나라는 피해를 본다.

 어쨌든 ‘2도 목표’는 2010년 당사국총회에서 공식 채택됐고, 현재 180여 개국이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별 자발적 기여방안(INDC)을 유엔에 제출했다. 하지만 10월 말까지 제출된 147개국의 INDC를 분석한 결과 2100년 무렵 지구 기온은 목표를 벗어나 2.7~3.5도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각국이 감축 목표를 강화하도록 독려하는 수밖에 없게 됐다. 앞으로 유엔은 5년마다 각국 정부로부터 감축 이행사항을 보고받아 평가하고 목표 수정을 촉구하는 일을 반복할 것이다. 마치 배구 네트를 죄는 래칫(ratchet·한쪽 방향으로만 회전하는 톱니바퀴)처럼 조금씩 죄어나가는 식이다. 문제는 속도다. 감축 이행이 늦어질수록 나중에는 더 힘들어진다.

 이런 노력의 성패가 최종 판가름 날 2100년은 결코 먼 미래가 아니다. ‘밀레니엄 베이비’로 태어난 지금의 중3~고1 학생들이 100세가 되는 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할아버지·할머니로 살아남아 부모세대가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했는지 떠올릴 것이다.

 그래서 다음달 11일은 지구의 운명이 결정되는 날이나 다름없다. 미래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을 협상 타결 소식이 파리에서 들려오길 기대한다.

강찬수 논설위원 겸 환경전문기자